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전체 가입자들의 유심 정보 유출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임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 유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추가로 채택해 출석시켰다. 이날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이번 사건이 통신사 역사상 최악의 해킹 사고라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유 대표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도저히 털릴 수 없는 것이 털렸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예”라고 답했다. 유 대표는 또한 이번 해킹 공격으로 전체 가입자들의 유심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묻는 같은 당 최수진 의원의 질문에 “최악의 경우 그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가입자 수는 알뜰폰을 포함해 총 2500만명 수준이다.
의원들은 SK텔레콤이 보유한 유심 물량이 부족한 점과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안내가 부실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통신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소비자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유 대표는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서 확인해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유 대표는 “유심 교체에는 물리적 시간이 걸린다. 유심보호서비스를 먼저 가입해 주면, 유심 교체에 버금가는 수준의 안전을 장담한다”며 “저 역시 유심 교체를 하지 않고 유심보호서비스로 충분하다고 판단, 서비스에만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회장을 포함한 SK그룹 사장·부사장단 유심 교체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유 대표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의장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고 유심 교체를 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다”며 “나머지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유심 교체 여부는 추가로 조사해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 해킹 사태 여파로 유심 무상교체가 시작된 이후 이틀간 7만명 넘는 가입자 이탈 흐름이 이어졌다. 이날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SK텔레콤 가입자 3만5902명이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했다. KT로 간 가입자 2만1002명 가운데 2만294명이 SK텔레콤에서 온 번호이동이었고, LG유플러스로 번호 이동한 1만6275명 가운데 SK텔레콤에서 온 경우가 1만5608건에 달했다. 해킹 사고 이후 첫 주말 하루 1000명대 순감 규모에서 주 초반 2만∼3만명대 가입자 순감이 이어지는 추세다. 알뜰폰으로 이동한 이용자까지 합하면 이탈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찰은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번 사건에 대해 당초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에서 정식 수사로 전환하고, 사이버수사과장을 팀장으로 총 22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확대 편성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법적 대응 움직임도 시민단체와 법률사무소 등을 통해 본격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