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아침에 먹는 ‘금사과’, 언제쯤 마음놓고 먹을까

 ‘금사과’, ‘금딸기’, ‘금대파’.

 

 생필품 앞에 ‘금(金)’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놀랍지 않은 요즘이다. 점점 오르는 물가 탓에 장보기가 무섭다. 서민들의 한숨 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1.7% 올라 2월의 11.4%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2021년 4월(13.2%)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이 중 농산물은 20.5% 상승했고, 구체적으로 사과는 88.2%, 배는 87.8%라는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통계 작성이 시작(사과 1980년 1월, 배 1975년 1월)된 이후 역대 최고치 상승이다. 신선식품 지수 가운데 과일류 가격 흐름을 나타내는 신선과실 지수는 1년 전보다 40.9% 올랐다. 아침에 먹는 사과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금사과’라고 불렸다면, 이제 비싼 가격 탓에 ‘금사과’가 됐다.

 

 ‘소비자물가동향’은 정부에서 발표하는 지표 중 국민의 실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가계에서 소비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물가’는 민심과도 직결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장바구니 물가가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마트를 방문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언급해 이슈가 됐다. 당시 대파 한 단의 평균 가격은 3000원∼4000원대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와는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해당 마트의 경우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각종 할인 혜택을 추가해 875원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의 생필품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생필품 306개 상품 가운데 167개가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상승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는 평균 1.5% 올랐지만, 가격이 오른 상품의 평균 상승률이 9%에 달했다. 특히 3월 평균 흙대파 가격은 5565원. 지난해 3월 가격(3666원)보다 무려 51.8% 상승했다. 생필품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는 점이 ‘대파 875원’ 발언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수요가 폭발하는 명절 연휴가 되면 으레 과일이나 야채 값이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는 설 연휴가 한참 지나도 예년의 가격대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 22%의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며 소주 출고가격이 일제히 100원 이상 인하됐지만, 식당의 가격표는 그대로다. 오히려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여파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렸다’는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야금야금 오르는 가격에 속이 타지만, 자영업자를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부득이하게’라는 표현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없이 치솟는 물가에 민심은 아우성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농축산물 등의 물가를 잡기 위해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납품업체 단가 지원(755억원), 농수산물 할인쿠폰 지원(450억원), 과일 직수입(100억원), 축산물 할인(195억원) 등의 목적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 무기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병존하면 안되는 단어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총선 이후에도 국민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치솟은 채솟값에 한숨 쉬고, 외식 물가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길 반복할 수는 없다. ‘반짝 관심’이 아닌 장기적이고 현실성 있는 경제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정가영 기자 jgy93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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