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11일에 이어 기준금리를 3.50%로 묶는 ‘3연속 동결’을 단행했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동결이 현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일환으로 의미는 있지만, 이미 고정변수로 자리잡은 금리 동결이 시장 반등의 열쇠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금리보다는 경기침체 해소와 역전세난 해결 등이 부동산 시장 회복에 더 큰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은행 금통위에 따르면 금통위는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만에 3%대로 하락해(3.7%)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금리를 무리하게 올리면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강한 압박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시장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작년 4분기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하락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조사분석 41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부동산시장 종합지수(K-REMAP 지수)는 전국 72.8을 기록하며 2022년 4분기의 61.5에 이어 하락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K-REMAP 지수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와 거시경제, 주택공급 및 수요, 금융 등의 변수를 이용해 산출한 압력지수를 통합한 것으로 0~200의 값으로 산출된다. 115 이상은 시장 활성화, 95~115미만은 보합 또는 안정, 95 미만은 하강을 의미한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2분기에는 정부의 규제완화 등으로 시장 활성화 가능성도 있지만, 미분양과 전세시장 불안에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토연구원 측은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이번 금리동결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대부분 동의했다. 또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만큼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나타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적어도 서울 지역은 급매물 소진 이후 추가 가격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바닥 다지기에 들어갔다고 본다.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가격 낙폭은 줄겠지만 평년보다 낮은 거래량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이자부담과 경기둔화 우려, 차익 기대 심리 저하, 일부지역 공급과잉 부담, 미분양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등 대기 수요가 잔존하는 지역 위주로 제한적인 시장 회복이 나타나겠지만 지역별 양극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역전세난,경기침체, 미미한 통화량(M2) 팽창, 소득대비 집값 고평가 등을 감안할 때 V자형 회복은 힘들어 보이며, 2008∼2012년 사이에 보였던 W자형 더블딥 가능성도 있다”며 “서울은 선행지수격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3개월째 오르고 있어 반등세는 좀 더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부 지방은 4월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어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이어 “올해 말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며 “연내 인하가 힘들다는 예상도 최근 나오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경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본격적인 금리인하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 시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상장기업의 30%가량이 금융이자를 지급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경기침체가 심한 상황이다. 다소 반등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만큼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3연속 기준금리 동결은 현 정부의 부동산 시장 가격 방어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