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AI로 신약 개발 속도 높인다

한번에 논문 100만건 탐색하고 부작용 예측까지…
SK케미칼, AI 신약개발 역량 강화…심플렉스와 협업
동아에스티, 심플렉스와 CNS 신약 공동 연구개발
대웅제약, AI 전문기업과 손잡고 신약 적응증 확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김민지 기자]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AI) 전문기업과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를 이용하면 신약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AI는 한번에 100만건 이상의 논문 탐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시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다. 또 AI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취합·분석하고, 부작용도 미리 예측할 수 있다.

 

관련 시장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글로벌 AI 기반 신약개발 시장은 올해 10억73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35억6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AI의 도입으로 그동안 수익성이 높지 않아 외면했던 희귀난치병 치료제에 대한 다양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구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약업계에선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전략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달 29일 AI 기반 신약개발 회사 ‘심플렉스’와 신약 공동 R&D 계약을 체결하고,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돌입했다. SK케미칼은 지난 2019년 스탠다임과 공동 연구를 비롯해 디어젠, 닥터노아 등 다수 AI 관련 기업과 협력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심플렉스는 의약품 연구개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연구진이 AI가 탐색한 신약 후보물질을 평가한다. 자체 AI 기술로 비교적 빠르게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두 회사는 특정 적응증과 타깃 단백질에 대한 새로운 구조의 약물을 발굴할 계획이다.

 

심플렉스가 AI 기술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SK케미칼이 이를 검증하고 임상 등 상용화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도출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두 회사가 공동으로 소유한다. 판권 등 라이선스는 SK케미칼에 독점적으로 귀속된다. SK케미칼은 AI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해 지속적으로 신약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아에스티는 중추신경계(CNS) 질환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혁신신약 개발에 나선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9월 심플렉스와 CNS 질환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동아에스티는 심플렉스가 발굴한 CNS 질환 신약의 유효물질 및 후보물질의 검증과 상용화를 담당한다.

 

심플렉스는 자체 기술인 설명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플랫폼 ‘CEEK-CURE’를 활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가상 실험에서 유효물질의 탐색 및 최적화를 통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담당한다.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동아에스티가 모든 실시권을 보유한다. 

 

지난 3월 22일 대웅제약 본사에서 개최된 대웅제약-온코크로스 MOU 체결식에서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왼쪽)와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도 신약 개발을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3월 AI 전문기업과 협약을 맺고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개발 중인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과 ‘DWN12088’에 AI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 온코크로스가 보유한 유전자 발현 패턴기반의 AI 플랫폼 ‘RAPTOR AI’를 접목해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코크로스의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빠른 시간 안에 최적의 치료제 조합을 발굴할 수 있다. 온코크로스는 신약 후보물질과 신규 적응증을 찾아내는 AI 플랫폼 기술과 관련 빅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이다.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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