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어떻게] 삼성전자 TV, 기술로 일군 세계 1위

1970년 흑백TV 생산에서 1998년 디지털TV 시대 선두주자로
세계 최초 기술로 2000년대 TV 시장 선도, 2006년부터 13년째 1위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사람과 기업들을 보면 그 노하우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게 아니다. 최고가 된 이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세계파이낸스는 성공한 기업 또는 인물들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무엇인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비결은 무엇인지 [왜/어떻게]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1975년 출시된 흑백 이코노 TV(모델명 'SW-C509L'). 사진=삼성전자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삼성전자가 TV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13년째 지키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0년 넘게 한 분야 1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자본과 기술력의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29%, 수량 기준 18.7%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TV는 2006년 금액 기준 14.6%로 처음 1위에 오른 이후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있다.

 

매년 세계 최초 수식어 타이틀을 거머쥐는 TV를 개발하면서 세계 시장을 선도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초대형 프리미엄 TV를 앞세워 세계 TV 업계를 계속해서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 만년 2등 삼성전자 TV, 금성사 따라잡다

 

삼성전자는 1970년 일본 산요의 하청 업체로 수출용 흑백TV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산요는 삼성전자에 핵심 기술 이전과 투자를 꺼리고 노동력만 이용하려 했다.

 

TV 생산을 시작했지만 한동안 경영난에 시달리던 삼성전자는 1972년 처음 독자적으로 흑백 TV 생산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정부가 내수용 흑백TV 생산을 허가하면서 1974년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당시 매출 133억원, 순이익은 6억원이었다.

 

하지만 금성사에 밀려 만년 2등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1975년 '이코노 TV'라는 대히트 상품을 내놓으면서 금성사를 바짝 따라잡기 시작했다.

 

당시 TV는 켜지려면 시간이 걸렸지만, 이코노 TV는 예열 없이도 켜면 바로 화면이 나오는 경제적인 텔레비전이었다. 이같은 기술력은 국내에선 첫번째였고, 세계에서도 3번째였다.

 

이코노 TV는 1975년 12월 판매량만 3만4000대를 기록, 월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978년에는 74만6000대의 연간 판매량을 기록해 시장 점유율을 40.9%까지 끌어올리며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TV 시장은 컬러 TV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재빠르게 시장 흐름을 읽고 1977년 국내 최초로 컬러 TV(컬러 이코노 TV) 개발하게 된다. 당시 국내에선 컬러 TV 시판 허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수출에 주력하게 된다.

 

이어 1980년 8월 국내에서도 컬러 TV 시판이 허용되면서 본격적인 컬러 TV 시대가 열리게 된다.

 

삼성전자가 1위를 기록한 2006년부터 출시된 TV 제품들. 사진=삼성전자

 

◇ '세계 최초!' 삼성 기술력 굴기…드디어 1위 등극

 

1990년대 들어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9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BIO TV'는 브라운관에서 전자파 대신 생체 활성화를 촉진시켜 주는 원적외선을 방출, 당시엔 흔치 않았던 '웰빙' 개념을 도입한 제품으로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1996년에는 당시 생소한 12.8대 9 화면 비율의 '명품 플러스원 TV'를 선보였다. '숨겨진 1인치를 찾았다'란 광고로 소비자들의 큰 호감을 얻으면서 국내시장에서 45%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던 29형 컬러 TV 시장의 주력 상품이었다.

 

국내 최초로 완전 평면 TV로 삼성전자가 해냈다. 이전까지는 브라운관 화면이 앞으로 불룩하게 나온 모습이었지만 1998년 개발한 '명품 완전 평면 TV'는 완전히 평평한 화면을 갖추게 된다.

 

특히 1998년 10월29일 삼성전자 TV는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당시 존 글렌 미국 상원의원이 탑승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 장면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55인치 프로젝션형 디지털 TV 10대로 중계됐기 때문이다. 이는 1970년대 TV 산업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전자가 약 30년도 안돼 디지털 TV 시대의 선두 주자로 나서게 된 계기였다.

 

삼성전자는 2006년 마침내 세계 시장을 제패하게 된다.

 

주인공은 '보르도 LCD TV'로 블루와 와인 색상을 제품 하단에 적용해 와인 잔에 붉은 와인이 남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혁신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당시 디자인에 대한 리더의 확고한 방향 제시와 팀워크로 2006년 세계 TV 시장을 휩쓸었다.

 

이어 기존 TV 화면과 차원이 다른 디자인을 구현한 세계 최초 LED TV를 2009년 선보였다.  LCD TV 뒷면 조명으로 흔히 쓰였던 형광등 형태의 냉음극 전광램프(CCFL) 대신 반도체 조명인 발광다이오드(LED) 광원을 사용해 차원이 다른 화질을 구현했다.

 

또 TV 측면에 LED 광원을 장착하는 엣지 방식으로 TV 두께를 3cm 미만으로 줄여, '핑거슬림(Finger Slim)'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새로운 TV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2013년엔 세계 최대 85형 크기의 UHD TV, 세계 최초의 커브드 OLED TV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세계 TV 시장에 삼성전자의 이름을 드높이게 된다. 

 

삼성 QLED 8K 98인치(제품명:QN98Q950R). 사진=삼성전자

 

◇ 초대형 프리미엄 TV로 세계 1위 굳힌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로 인해 치열해진 중저가 시장보다 초대형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의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정체기에 들어갔지만 초대형 TV 시장 규모는 매년 20~30%가량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TV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핵심 무기는 'QLED TV'다. QLED TV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과 백라이트 중간에 양자점 필름을 입힌 TV로 밝기와 명암비 표현을 극대화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QLED TV를 20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 이는 전년 동기(87만 대)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초대형 TV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75인치 이상 TV를 작년 상반기 44만대에서 올해 상반기 60만대 넘게 팔았다. 이중 82인치 이상 비중은 작년 상반기 20%에서 올해 30%로 상승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QLED 8K TV로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는 OLED TV 진영에 맞설 계획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8K TV는 2023년까지 375만대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글로벌 제조사가 모두 8K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맞아 8K 콘텐츠 제작에 본격 나선 가운데 내년 유튜브 8K 송출 시작과 더불어 개인방송도 8K가 대중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성장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한종희 사장은 "TV 시장의 초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해 줄 해상도와 화질 기술이 중요해졌다"며 "QLED 8K를 통해 올해를 8K 시장의 원년으로 삼아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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