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베트남⑧] 베트남 결제시장 두드리는 카드사

신용카드 500만 장 불과…롯데·신한 등 현지 사업 본격화
막오른 카드 경쟁, 파격적 마케팅·발급시간 단축 등 각축

최근 한국과 베트남 간 교류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다. 정부도 베트남을 신(新)남방정책 국가 중 핵심파트너로 꼽으며 경제에서 인적교류 분야까지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 금융회사들도 7000곳 넘는 한국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는 베트남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연 평균 6%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률, 여기에 여전히 낮은 금융시장 침투율 등도 메리트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꿈틀대는 베트남' 시리즈를 통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 및 양국 간 교류 현황을 분석하고 향후 성공전략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베트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간편결제 이용률 증가 등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베트남에서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도 1인당 GDP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7000만 명이 넘는 성인 인구, 한자릿수에 불과한 신용카드 보급률 등이 기회요인으로 꼽힌다. 아직 은행계좌를 가진 인구의 비중도 30%에 그친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누적 카드 발급장수는 1억 5800장이다. 1년 새 2000만 장(약 13%)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신용카드의 수는 전체 카드의 3% 수준인 460만 장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신용카드 총 거래액은 역시 여전히 50조 동(한화 약 2조 5000억 원)에 그친다. 현재 매체 사이공 해방지는 "베트남의 신용카드 시장은 여전히 큰 잠재적을 지닌 영역"이라며 "신용카드 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이 막 시작된 단계"라고 보도했다.

 

도표=오현승 기자

국내 카드사들은 현지 금융사의 카드 사업부문을 인수하거나 종전 사업자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현지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몇몇 카드사들은 이미 현지에서 신용카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신용카드나 간편결제 등 베트남의 비(非)현금 결제가 확산하는 데 기여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파이낸스 베트남, 소비자금융업 이어 카드 사업 본격화

 

롯데카드 현지 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지난달 신용카드 2종을 출시했다. '롯데파이낸스 비자 카드'와 '롯데파이낸스 비자 플래티넘카드'는 발급 후 90일 이내에 카드를 사용하면 평생 연회비를 면제한다. 실적 조건에 상관없이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결제하면 이 중 3%를 적립하는 혜택도 탑재했다. 김종극 롯데파이낸스 베트남 법인장은 지난 3월 베트남 은행협회의 공식 가입 후 "소비자금융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업을 전략적으로 영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하반기 중 현지 진출한 롯데 계열사와 제휴카드 2종을 추가로 내놓는 등 베트남 소비자에 적합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롯데카드 현지 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지난달 신용카드 2종을 출시했다. 사진=롯데카드

롯데카드는 일찌감치 금융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을 우선 진출국가로 선정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12월 29일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50년간 베트남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후 롯데카드는 지난 2017년 9월 현지 테크콤뱅크가 소유한 테크콤파이낸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이듬해 3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이를 공식 인가받았다. 앞서 롯데카드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지에서 소비자금융업을 시작한 바 있다. 

 

◇신한카드 취급액 '2억불'…비씨·하나, 현지사와 손잡아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2011년 현지에서 카드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말 기준 베트남 내 신용카드 누적 취급액은 1억 9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회원수 24만 명 가운데 현지인 비중은 90%가 넘는다 현지 카드업계 내 순위는 6위로 상승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최대 SNS 잘로(ZALO)를 비롯해 쇼피(shopee), 클룩(KLOOK)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한 신규 회원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잘로(Zalo)를 통해 최근 진행한 신규 신용카드 회원 모집 마케팅 활동. 잘로 화면 캡처

신한카드는 최근 푸르덴션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PVFC)인수를 마무리하고 신한 베트남파이낸스 컴퍼니(SVFC)로 사명을 변경했다. 신용카드 발급 이외에 소비재 및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소비자 대출 등의 사업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생활양식이나 인성 등 비(非)금융 자료를 토대로 소비자 신용도를 평가하는 디지털 신용평가 시스템을 베트남 현지 법인에 도입한다. SVFC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서울대 심리학과가 공동 개발한 신용성향 평가모형을 활용한 신용도 예측 평가를 통해 리스크 관리능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11월 '리엔비엣포스트은행(Lien Viet Post Bank)'과 베트남 결제 플랫폼의 디지털화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리엔비엣포스트은행은 베트남 내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으로, 베트남 우체국 네트워크를 독점 보유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이번 MOU를 통해 리엔비엣포스트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맞춤형 카드 상품·서비스 개발 △QR 등을 활용한 간편결제 디지털 플랫폼 구축 △은행 디지털화 및 결제사업 공동투자 협력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앞서 비씨카드는 2017년 8월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 국제결제원(나파스)와 카드 결제 시스템 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11월 '리엔비엣포스트은행(Lien Viet Post Bank)'과 베트남 결제 플랫폼의 디지털화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사진=비씨카드

하나카드도 지난해 3월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의 국제결제원(나파스) 및 이체, 결제 등 솔루션 제공업체인 알리엑스(Alimax)와 베트남 지급결제 활성화에 대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카드결제 확대를 위한 사업 지원과 비현금 결제서비스 노하우 공유 등의 활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우리카드는 지난 2017년 9월에는 베트남우리은행과 함께 베트남에서 자체 신용카드를 내놓는 등 서비스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보급 확산을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뒤따라줘야 하는데, 베트남에선 이 단계를 건너뛰고 QR코드 등을 활용한 간편결제의 단계로 곧바로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현금 선호비중 '압도적' 한계…현지선 카드 마케팅 대전

이러한 가운데 베트남 금융소비자들이 지급 결제 때 현금 선호 성향이 높다는 점은 현지 진출 카드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의 온라인쇼핑 시 현금 결제비중은 최대 90.17%로 조사됐다. 싱가포르(9.93%), 태국 (48.49%) 등 아세안(ASEAN) 주요 6개국 대비 크게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선 금융의 발달 및 관광, 온라인쇼핑 수요 증가와 맞물려 신용카드 사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치열하다. 금융사들은 카드수수료, 연회비, 연체이자 등 부수적 수입를 비롯해 교차판매에 따른 수익 창출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신용카드 사업 확장의 장점으로 꼽는다.

 

VP은행(VP bank)은 지난해 24만 장의 신규 카드발급좌수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20%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이 은행 카드사용자의 월평균 카드지출액과 1인당 카드사용액은 1년 전 대비 각각 65%, 79% 급증했다. 이 회사는 최초의 여성 특화 카드인 '월드레이디카드'를 내놓으며 영유아 대상 의료·교육·보험업종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비엣콤뱅크(Vietcom bank)는 제휴 파트너의 비엣콤뱅크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최대 12개월간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는 VP은행의 광고 문구. 온라인으로 가입 후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24시간 내 신청자의 카드 발급 여부를 알려준다. VP은행 홈페이지 캡처

마리타임뱅크(MSB)는 지난 20일 현지 통신·소프트웨어업체 파이브9(Five9)와 손잡고 개발한 '인공지능을 통한 신용카드 발급 앱' 출시 기념식을 가졌다. 카드 신청에서 발급심사, 카드 수령까지 평균 120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이 시스템에선 전 과정이 24시간 이내에 끝난다. 후잉 브 꽝 MSB 행장은 "30일 간의 시범테스트 기간동안 가입자의 90%가 실제 카드를 사용하는 활성고객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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