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기감에 유가 불안…더 우려되는 국내경제

중동지역 긴장감 고조…유가 불확실성 갈수록 커져
유류세 인하 폭 축소된 가운데 소비에 악영향 우려

출처=OPEC
[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 최근 국제 유가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품목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둔화가 초래되자 국제 유가는 바닥을 기었다.

그러던 국제 유가가 미국의 이란 제제 이후 다시 꿈틀대다가 미국 항공모함 전단의 중동 파견 발표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직전 거래일인 6일(현지시간) 0.5% 인상에 이어 0.3%대의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도 전일 오른데 이어 7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유가 악세의 원인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데 이어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중동으로 보내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밤 "많은 문제와 확대되는 징후 및 경고에 대응해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폭격기들을 미 중부사령부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중앙아시아지역 전담 통합전투사령부로 과거 이라크전을 수행하는 등 중동지역을 담당해왔다.

최근 지중해에서 작전을 벌여온 이 항모전단이 다시 작전배치를 받게 되면 아라비아반도 주변 바다인 홍해나 아랍해,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외신이 보도하는 등 상황전개가 다급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상품선물시장에서는 미국이 매우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반응과 함께 유가 상승을 점치는 분위기다.

최소한 수개월간은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유가의 불확실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던 만큼 이란에 대해서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는 이란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제제 복원 시에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거론한 바 있는데다 최근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국제 유가의 단기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이후 유가가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는 중장기 전망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우리 경제가 더 불안해진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0.3% 역성장이라는 성적표를 손에든 우리나라로서는 어떻게든 경기부양에 나서야 하지만 유가가 오르면 부담이 커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을 웃돌면 성장률이 0.96%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미 7일부터 유류세 인하 폭 축소된 마당에 유가마저 상승한다면 소비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가 내리려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재점화되거나 확산하면 되겠지만 그럴 경우 성장률 곡선이 더 큰 하락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국제 유가와 미국 무역분쟁 요인이 우리경제에 불안감을 키우는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일 금융 및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재부각됐으나 현재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크게 불안해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지만 이와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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