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필립스곡선 아직도 유력"…유로존 인플레 연구결과

유럽연합 중앙은행 ECB 전경. 출처=IMF
최근 수년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필립스곡선이 아직 유효하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필립스곡선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에 반비례관계를 설명한 함수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의 전제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필립스곡선은 최근 수 년 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통화정책이 난관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IMF는 '유로지역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 매우 오랜 기간 매우 낮게 유지된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에서 코어인플레이션(음식물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심한 항목을 제외한 물가지수)와 실업률과의 상관관계가 확실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IMF는 지난 5년간 유로존에서 깨어진 것으로 보였던 필립스곡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함으로써 필립스곡선이 유효함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유로지역은 지난 2012-2014년간에 걸쳐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높은 상태를 유지했고 2014-2017년에는 노동시장이 호황임에도 인플레압력이 낮았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반비례한다는 필립스곡선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가 중앙은행장들은 물론 우리나라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필립스곡선의 문제점에 대해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아예 필립스곡선때문에 통화정책 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일 정도다.

IMF는 이에 대해 “유로존의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구를 한 결과 인플레이션 기대계수가 훨씬 낮았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이는 고용시장에서의 변화가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실업률이 상당한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경로와 시차는 있을지 몰라도 고용시장의 변화는 반드시 물가의 변화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던 기간도 조정해야 하는 등 전제조건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의 경우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잠재경제활동인구와 추가취업가능자 등을 포함시키지 않아 통화정책 추진에서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할 전망이다.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아르바이트 일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당장은 실업률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앞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로 촉발된 소비 증가로 높아지는 물가압력은 시차를 두고 코어인플레이션이나 아웃풋 갭(명목GDP와 실질GDP 격차)에서 확인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한은이 과연 어느 쪽을 고려해야 할 지 고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시차변수를 넣더라도 여전히 필립스곡선에 대해서도 고민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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