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약효 불확실하면 적은 양으로"…연준 프레임 변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처=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매파 기조를  보였던 연준이 갑자기 비둘기성향으로 변한 것일까.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은 조금 복잡했던 만큼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등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하지만 연준의 전통적인 기준금리 결정모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긴 것은 분명한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파월 의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 연설을 통해 "연준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 불필요하게 경기 확장세를 저해할 위험과 너무 늦게 움직여 경기과열을 초래할 두 가지 위험에 모두 직면해 있다"면서 "현재로선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두 위험을 모두 관리하는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경제는 견조하고 일자리 지표 등도 탄탄하며 미국의 통화정책은 이 같은 경제상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핏 봐서는 지난달에 못 올린 기준금리를 9월에는 반드시 올리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연설문 중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그동안 연준이 기준금리 결정 시 인플레와 실업률을 주요 변수로 활용했던 전통적인 기술적 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한 부분이다.

그는 예일대 교수였던 윌리엄 브레이너드(William Brainard)의 원칙을 인용, "어떤 행동의 효과에 대해 확실하지 않을 때는 보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인플레와 실업률 등의 지표가 불확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 배경에는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변수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무역전쟁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나라가 미국으로 돼 있을 정도로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준이 그런 거대한 외부변수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신호가 바로 파월 의장의 연설에서 집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의 통화정책은 여력 확보를 위한 조기 인상보다는 점진적 인상으로 완전히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점진적 인상으로 감에 따라 인상 속도도 상당히 느려질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그는 "약에 대한 효능에 대해 확신이 없다면 다소 적은 양을 투여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완만하고도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기조는 분명하지만 불확실성 변수에 연준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통화당국의 스탠스가 방향을 틀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도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방향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바뀌지 않는 만큼 한미 금리 차이라는 변수는 계속되겠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과 문제가 되는 부분이 불거지지 않도록 대응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금융회사는 물론 기업과 가정경제 등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건전성을 확보하는 통화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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