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터키발 공포…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국내 금융기관 익스포저 적어…“직접적 영향 제한적”
장기화 시 유럽계 은행들 신흥국 익스포저 축소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터키 리라화 가치가 거듭 폭락하는 등 터키 금융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주가 폭락, 환율 폭등 등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이 하루만에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터키발 충격의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터키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여겨져 장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지난 10일 미국 정부는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장기 구속을 이유로 터키산 알루미늄 및 철강에 대한 관세를 두 배 인상했다. 직후 터키 리라화 가치는 20%나 추락했다. 리라화 폭락은 13일에도 거듭돼 달러당 7리라화 부근까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터키발 충격은 미국, 유럽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에도 미쳤다. 지난 13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 하락한 2248.45를, 코스닥지수는 3.72% 낮아진 755.65를 각각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5원 오른 1133.9원을 나타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터키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위험기피 심리가 높아지며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다만 한국과 터키의 관계가 그리 밀접하지 않아 불안심리가 걷어지면 곧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대 터키 익스포저(올해 3월말 기준)는 12억2000만달러로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무역 분야에서도 터키의 주요 무역대상국은 유럽연합(41%)이며 한국과의 거래 규모는 미미하다.

김 연구원도 "위기가 장기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터키 리스크 영향에 따른 국내 증시 파장은 코스피 2200선을 경계로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터키 정정 및 금융불안이 글로벌 금융시장 내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될 개연성은 낮다"며 "터키의 8월 이후 연내 만기도래 대외채무는 총 300억달러에 달하지만 이는 810억달러 규모 현 외환보유고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방화벽 등을 종합 고려할 때 터키 금융시장의 국지적 혼란이 남유럽 금융권을 경유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여지도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시장은 어제의 충격을 이겨내고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14일 코스피는 0.47%, 코스닥은 0.83%씩 올랐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6원 떨어진 1127.9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 분위기다. 터키 사태가 장기화될 위험이 높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험자산 투자심리의 냉각 가능성과 함께 유럽계 은행들의 신흥국 익스포저 축소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유럽계 은행이 터키에 빌려준 채권은 2233억달러다. 이 중 스페인 은행이 809억달러로 가장 많으며 프랑스 은행(351억달러), 이탈리아 은행(185억 달러), 영국 은행(169억달러), 독일 은행(127억달러) 순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와 관련, “터키에 물려 있는 유럽계 은행들이 밸런스 조정을 위해 신흥국 익스포저를 축소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그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해외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터키가 금융위기를 자체 해결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도 상당기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터키의 경제규모(국내총생산 8637억달러, 세계 18위) 등을 감안할 때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등에 비해 부정적 여파가 클 소지가 높다"고 평했다.

그는 “터키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지만 금융위기가 확산될 경우 유럽계 은행의 익스포저 감축 등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터키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며 현 상황이 장기화될 소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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