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월급에 국민연금까지 '대폭 감소'

연봉 6000만원 미만 근로자가 국민연금 감소액 더 커… 공단 "대책 없다"

장기근속자의 급여를 줄여 청년실업을 해소하자는 취지의 임금피크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선택할 경우 국민연금도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연금액을 산정할 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액 등을 기초로 계산한다. 임금피크제로 평균소득액이 급격히 줄어들면 몇 십 년 간 납입해온 국민연금도 일시에 쪼그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경우 임금이 삭감된 당사자는 임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까지 줄어들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가입기간과 가입자 전체 및 개인의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액 등으로 산출된다.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 가입기간은 증가한다. 국민연금이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연금수급 전 평균소득액이다. 임금피크제로 정년이 증가하는 대신 급여가 대폭 삭감되면, 이로 인해 평생 수령할 수 있는 국민연금액도 감소할 수 있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증가하면 전체 소득도 감소한다. 국민연금이 감소해도 소득대체율은 크게 감소하지 않는 착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국민연금 총 가입기간이 증가한다는 점은 국민연금 총 수령액 증가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면서도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30% 이상 대폭 감소하거나 임금피크제가 보편화 되면 국민연금 절대 수령액이 줄어도 소득대체율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피크제 시행 후 소득은 연금개시 전 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국민연금은 이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임금피크제란 정년을 연장하거나 퇴직 후에 이전 임금의 일정 비율 감액하고 계속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일부 제조업과 건설업은 물론 금융업에도 확산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조만간 중소기업에도 확산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특히 연봉 6000만원 미만의 근로자가 임금피크제를 선택한다면 국민연금액은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국민연금 보험요율은 소득의 9%로 책정되어 있고 소득 상한선은 월 421만원이다. 월소득 421만원은 세전 연봉 약 6000만원 수준이다. 연봉 1억6000만원으로 매월 1000만원의 급여를 수령하는 근로자나 월 421만원을 받는 근로자나 국민연금 납입금액은 동일하다.

그러나 매월 1000만원의 급여에서 50%가 삭감되어도 국민연금이 책정하고 있는 소득 상한선 421만원을 초과한다. 따라서 고연봉자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해도 국민연금이 줄어들지 않는다.

반면 월 421만원을 수령하다 30% 가량이 삭감되어 300만원을 받는다면, 임금피크제로 일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금수급 전 평균소득액도 줄어든다. 결국 평생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도 줄어든 금액을 수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2017년부터 300명 미만의 기업도 정년을 60세로 연장한다”며 “결국 중소기업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공기업과 대기업 대부분은 소득액이 많아 국민연금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반면 중소기업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소속 근로자들은 국민연금액도 대폭 줄어들 위험이 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아 노후 준비도 잘 되어 있지 않은데 국민연금액도 더 쪼그라드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런데 국민연금관리공단측은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시행 후 국민연금도 줄어든다는 것에 대해 별도로 검토한 적은 없다”며 “관련 부분을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동 기자 01087094891@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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