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은 외국계 보험사 두 갈래길 '도약 VS 침묵'

알리안츠·ING·ACE·AIA·메트라이프 등 도약
PCA·푸르덴셜·아비바·에르고 등 침묵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들은 지난 몇년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로존 위기, 한국의 저조한 경기까지 겹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럼에도 외국계 보험사 중 상당수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금씩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는 반면 아직도 침체를 면치 못하는 회사도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도약'… 알리안츠·ING·ACE·AIA·메트라이프·BNP파리바카디프생명·AIG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독일계 알리안츠생명은 외국계 보험사중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이명재 신임 사장은 지난 12일 "오는 2020년까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 가운데 1위를 달성하는 것이 중장기 전략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사장은 "매년 수입보험료 기준 5% 성장, 영업이익 1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내후년까지 지속할 수 있는 수익성과 가치 창출 실현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5월부터 '연금이 강한 회사' 캠페인을 벌여왔으며 지난해 12월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금융자산 관리 기법 특허를 획득했다고 소개했다.

알리안츠생명은 또 지난 25일 한국연금학회(회장 신성환)가 주최한 '고령화 시대 사적연금의 역할, 국제적 추이와 독일 사례’ 세미나를 후원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브리기테 믹사(Brigitte Miksa) 알리안츠자산운용 국제연금 부문 총괄 임원을 초청해 독일의 연금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계 ING생명은 연내 매각을 앞두고 톱 배우 장동건을 간판모델로 기용해 회사 이미지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영업인력 지키기와 시장 수성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ING생명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신상품이 없는 만큼 막강한 톱 배우로 영업 인력과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계 AIA생명은 지난해 경력 설계사를 영입한 데 이어 올해는 신인 설계사 육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AIA생명 홍콩 본사에서의 지원이 올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또한 AIA생명은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방송 매체에서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뉴욕생명이 전신인 미국계 ACE생명은 알리안츠생명 사장 출신 정문국 씨를 대표이사로 내달 1일부터 선임한다. 보험업계에서만 30년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정문국 대표이사는 최근 알리안츠 생명의 대표이사직을 역임하면서 방카슈랑스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보험 판매 전문인의 영업력을 극대했다. 때문에 판매 채널이 약한 ACE생명에서 운영의 묘를 살릴 전문가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계 메트라이프는 고객만족 향상시킨 직원과 영업가족 찾는 캠페인을 이달 진행 중이다. 고객 관리와 영업 인력 치하를 위한 것으로 영업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메트라이프는 서울대학교와 함께 하는 '은퇴전문가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프랑스계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올해 들어 각종 마케팅과 기관 후원, 신상품 출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가져온 AIG 사태로 4년간 상호명을 차티스로 바꿨던 AIG손보는 지난해 3월 다시 AIG손보라는 사명으로 돌아왔다. AIG측은 ""AIG라는 이름에 익숙해진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이름 차티스로 영업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 "AIG그룹이 공적자금을 상환하면서 서서히 이미지 쇄신을 하고 있는 만큼 AIG로 다시 회귀했다"고 설명했다.

◆'침묵'… PCA·푸르덴셜·아비바·에르고

일부 보험사는 침묵으로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영국계 PCA생명은 김영진 사장은 지난 2009년 1월 선임돼 3년 임기를 마쳤으나 최근 임기를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PCA생명은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은퇴설계 마케팅' '변액연금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으나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특별한 전문성과 이미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보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계 푸르덴셜생명 손병옥 사장도 최근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2011년 사장 선임 초반에 선언한 목표는 그 실행이 미미한 상태다.

손 사장은 지난 2011년 7월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은퇴·노후·건강·연금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종신보험 판매 위주에서 벗어나 종합 생보사로 회사를 키워 나가겠다"며 "푸르덴셜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보험사를 찾아 인수합병을 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고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외곬수'처럼 종신보험 전문 보험사로 23년간 자리매김해온 푸르덴셜생명이 연금 마케팅과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내부 문제가 있다. 지난 10년간 푸르덴셜생명은 판매자회사를 2회 설립했지만 종신보험 특수 보험사라는 한계 때문에 번번히 사업 철수라는 고배를 마셨다.

영국계 아비바그룹은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47.31%를 우리금융 측에 넘기는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이 협상에서 지분율이 내려가면 동시에 주주로서의 영향력이 떨어져 협상에서 지분의 제 값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1년 넘게 우리금융과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아비바생명'이라는 사명이 부르기 난해하고 정체성도 모호해 보험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독일계 에르고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은 지난해 5월 프랑스계 악사그룹에 매각됐다. 에르고는 매각 후 현재까지 별다른 영업이나 구조 개편 없이 하나의 사업체로 유지되고 있어 당국의 우려를 받았다. 악사 측은 "향후 1~2개월 후에 에르고 사업 향방과 윤곽이 구체적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김남희 세계파이낸스 기자 nina1980@segyefn.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