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한 달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난달보다 0.8포인트 상승한 94.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수치상의 반등을 온전한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공급 차질로 인해 쌓아두었던 재고가 줄어든 것이 지수 상승을 견인한 착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 산출 과정에서 특이 요인인 재고 감소분을 제외하면 기업 심리는 사실상 두 달 연속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흥후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수출 호조와 판매가 상승이 제조업 개선에 일부 기여했으나,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기존 재고를 꺼내 쓰면서 재고 지수가 개선된 점이 지수 상승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재고 요인을 제외한 전산업 CBSI는 오히려 0.1포인트, 제조업은 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제조업 CBSI는 99.1로 전월 대비 2.0포인트 오르며 상대적으로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업황과 신규 수주가 다소 나아진 가운데, 제품 재고 지수는 2.3포인트 올랐다. 비제조업 CBSI는 매출 개선에 힘입어 0.1포인트 소폭 상승한 92.1을 기록했으나, 원가 부담에 따른 채산성은 0.5포인트 떨어졌다.
향후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재고 효과 덕에 지표상으로는 나아졌다. 5월 전산업 CBSI 전망치는 4월보다 0.8포인트 오른 93.9로,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전망치는 2.1포인트 상승한 반면, 비제조업은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기업 심리와 소비자 심리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경제심리지수(ESI)는 오히려 전월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91.7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4.8포인트 급락한 데 이어 두 달째 내림세를 보인 것이다. 제조업의 수출 전망이 밝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소득과 지출 전망이 어두워진 점이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계절적 요인을 배제한 ESI 순환변동치 역시 94.4로 0.3포인트 낮아졌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총 3205개 업체가 응답에 참여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