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당정이 추진하던 대형마트 온라인 새벽배송 규제 완화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 단체의 격렬한 반대가 이어지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사안이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만큼,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논의가 재개될 지는 미지수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2월 초 유통산업발전법을 일부 개정해 대형마트 온라인 새벽배송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 및 육성하기 위한 상생안도 조속히 발표할 방침이었다.
2013년 도입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함에 따라 규제 체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쿠팡이 시간 제한 없이 새벽배송 물량을 처리하는 사이,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규제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상인연합회(전상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들이 지난달 10일 김동아 의원의 지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등 반대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이들 단체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국회 본청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개최해 “쿠팡 견제를 목적으로 한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핵심은 새벽배송 품목에 신선식품을 포함하느냐 여부다. 대형마트는 신선식품이 주력으로, 이를 제외한 새벽배송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들도 전통시장 업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으로, 포기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의견 차가 좁혀지지 못하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 지키기에 나서면서 관련 논의는 다시 잠잠해졌다.
대형마트 업계는 새벽배송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쿠팡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고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형마트 경쟁력 하락은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유통 업태별 매출 구성에서 온라인 채널의 비중은 2020년 48.2%에서 지난해 59%로 지난 5년간 지속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라는 업태 자체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새벽배송을 하게 되더라도 옛날만큼의 파괴력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뜻”이라며 “정치적인 이슈가 됐기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됐고 대형마트도 새벽배송 없이 생존할 방안을 궁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