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 물가 2.2%↑…이달도 ‘먹구름’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인 지난달 30일 서울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돌파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나흘째인 지난달 30일 서울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돌파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경기도에서 1톤 냉동 탑차로 식자재 배송 업무를 하는 이모(52)씨는 주유소를 갈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씨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8만원이면 가득 차던 경유 탱크가 이제는 10만원을 훌쩍 넘긴다”며 “하루 꼬박 일해 번 돈의 상당액이 도로 위 기름값으로 증발하니 허탈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뉴스에서는 채소값이 내려 물가가 안정세라지만 정작 마트에서 집어 드는 가공식품과 고깃값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며 “고유가에 먹거리 물가 부담까지 겹치니 생활비 감당이 안 돼 이대로라면 차를 세워둬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안정세를 보이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봄철 생산량 증가로 농산물 가격은 내려갔지만, 석유류 가격이 폭등하며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석유류 9.9% 급등…경유 상승 폭 휘발유의 ‘두 배’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지난 1월과 2월 2.0% 수준을 유지하다 3개월 만에 다시 상승 폭이 확대됐다.

 

물가 반등의 주범은 단연 석유류다. 석유류는 전년 대비 9.9%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0.39%p 끌어올렸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경유(17.0%)의 오름폭이 휘발유(8.0%)보다 훨씬 컸다. 경유는 2022년 12월(21.9%)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휘발유 역시 작년 1월(9.2%)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4월 물가 전망 ‘먹구름’…항공료·석유 상한가 추가 인상

 

유가 상승의 파급효과는 항공료 등 서비스 요금으로 번지며 4월 물가 오름폭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이두원 심의관은 “3월 유류할증료는 유가 반영 시차로 큰 변동이 없었으나, 4월에는 국제유가 상승분이 유류할증료에 반영되면 국제 항공료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고 짚었다.

 

석유 최고가격 상한이 지난달 27일부터 모든 유종에서 210원씩 인상된 데다, 15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 환율도 수입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을 밀어 올릴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유가 상승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산물·설탕은 ‘방어선’…정부 “할인 지원에 총력”

 

물가 상승세를 억제한 일등 공신은 농산물이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작년보다 0.6%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 특히 농산물이 5.6% 하락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25%p 끌어내렸고, 봄철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채소류 물가는 13.5% 급락했다.

 

반면 가공식품은 작년 동월보다 1.6% 오르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다만 전월(2.1%)보다 상승 폭이 낮아지며 2024년 11월(1.3%)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설탕(-3.1%)과 밀가루(-2.3%) 등 주요 원재료의 출고가 인하가 반영되며 전체 가공식품 물가의 추가 폭주를 막는 방어선 역할을 했다.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축산물(6.2%)과 수산물(4.4%)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서민들의 부담을 키웠다. 이에 정부는 체감 물가 안정을 위해 즉각적인 물가 대응에 나섰다. 최근 가축전염병 발생 등으로 가격 강세가 두드러진 닭고기에 대해 최대 40% 할인 지원을 2일부터 전격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쌀, 계란, 고등어 등 민생 밀접 품목을 중심으로 4~5월간 총 150억원의 예산을 집중 투입할 전망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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