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중동발 전쟁 리스크 향방에 따라 극단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정세가 ‘확전’과 ‘종전’이라는 엇갈린 전망 사이에서 대외 변수에 취약한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확전 우려로 인해 4% 이상 하락하며 5000선 초반까지 밀려났으나, 바로 다음 날인 1일에는 종전 기대감이 급부상하며 8% 넘게 폭등했다. 이어 다음날인 이날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다시 4% 넘게 급락해 5200선으로 내려앉았다. 하루 사이 코스피가 수백 포인트씩 등락을 반복하는 초유의 변동성이 나타나며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한 달 사이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의 하락 폭을 비교하면 코스피 낙폭은 19.1%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초 이후 상승률은 약 20%로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이다. 5000선을 넘어 6000선대까지 단기간에 치솟았던 만큼, 위험 회피 국면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가장 강하게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유가 급등과 위험 회피 심리가 겹치며 원·달러 환율까지 불안해지자, 환율과 거시 변수에 민감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변덕스러운 대외 정책을 비꼬는 이른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물러난다)’ 행보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은 ‘버티는 장세’다. 전쟁 충격이 비합리·비정상적 충돌 구도로 번진 만큼 과거 경험칙에 기대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코스피는 5000~5700선에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을 반복하는 조정 국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코스피의 움직임은 펀더멘털보다는 지정학적 뉴스 하나에 시장 전체가 쏠리는 전형적인 심리 위축 장세”라며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기술적 반등에 따른 추격 매수보다는 지수의 하방 지지선을 확인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율과 유가의 변동성이 외국인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단기적인 지수 예측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뒷받침되는 반도체 등 주도 섹터조차 거시 경제 불안에 동반 등락하고 있는 만큼, 변동성이 잦아들 때까지는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