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 기대치’가 하향 조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이 실물경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흐름은 어느정도 예상된 수순이지만, 이러한 상황 전개가 불확실하게 이뤄지고 있어 충격의 진폭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9일 현재까지도 중동 정세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지상전에 대비하면서도 휴전안을 고심 중인 동시에 군사적 충동에 대비하는 양상이 병행되면서 협상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하며 성장 전망치 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유지했지만, 한국과 유로존의 성장률은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원유 수급에서 중동산 비중이 큰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반면, 중동 사태를 촉발한 미국의 성장 전망치는 인공지능(AI) 효과 등을 반영해 1.7%에서 2.0%로 0.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일본(0.9%)과 중국(4.4%)의 성장률 전망은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특히 한국은 에너지와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를 비롯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헬륨과 브롬 등 주요 소재 상당 부분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수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약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며 경기 방어에 나섰지만, 외부 충격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