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이 23일 만 하루를 남긴 가운데 과연 전쟁 종식의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만약 이란이 지금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상당 부분 통제하면서 전쟁에 활용하는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 중 가스화력발전소와 기타 유형의 발전소가 잠재적 표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수천명 규모의 미 해군·해병대 병력이 중동으로 향하는 중이다. 헬리콥터, F-35 전투기, 해안 강습용 장갑차의 지원을 받는 보병대대 상륙팀이 포함됐다. 또 미 본토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하는 제11 해병 원정단의 배치도 앞당겼다.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개방됐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출구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나 이란의 석유 수출기지인 페르시아만 하르그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염두에 두고 이들 병력이 이동 중이라는 취지다.
이에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전날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이란은 또 자국 발전소가 공격당할 경우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국 관련 에너지 목표물, 정보기술(IT) 시설, 해수 담수화 인프라를 타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4주째로 접어든 이번 전쟁은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WP는 미·이스라엘 안보당국자들에게 이들 두 곳이 점점 전쟁의 최종 국면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목표를 슬그머니 바꿨다는 분석과 함께, 전쟁이 장기화할조짐을 보이자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물류 마비가 길어지자 외교력을 동원해 동맹국들의 군함 파견 등을 요구하더니 러시아·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한편, 이란의 발전소 등 민간 인프라를 파괴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명확한 출구 없이 전쟁에 돌입한 뒤 해답을 찾으려는 변덕스러운 전략”이라고 AP 통신은 지적했다.
치솟는 유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아우성과 막대한 전쟁비용의 청구서가 도착한 상황에서 미 정치권도 분열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강한 어조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수행을 비판하는 가운데, 공화당 내에서도 주류와 비주류의 시각이 극명히 대조적이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WP에 따르면 이란 보건부는 개전 이후 어린이 208명을 포함한 약 1500명이 사망했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최소 1029명이 사망했다고 각각 밝혔다. 미군은 13명이 사망했고,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의사망자가 이날까지 최소 19명이라고 전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