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민 10명 중 7명은 실제 피해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상당수의 국민이 아이디,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여러 플랫폼에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글로벌 사이버 보안 기업 스텔스솔루션이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리서치에 의뢰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 사고 이후 계정도용이나 피싱, 스팸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응답이 66.9%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최근 3개월 이내 온라인 쇼핑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17개 시도 만 20∼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2차 피해로는 계정 도용 및 금전 피해(64.6%)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보이스피싱 및 스미싱 피해(26.2%), 스팸 및 사칭 피해(9.2%) 순으로 조사됐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지만 사안에 대한 심각성이나 후속조치는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를 통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소식을 접해도 10명 중 3명(28.4%)은 특별히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쇼핑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변경한다는 응답은 5.1%에 불과했다.
스텔스솔루션은 국민들이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아이디와 비번을 사용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직접 체감하거나 불안해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여러 온라인 쇼핑 사이트의 아이디, 비밀번호, 간편결제 비밀번호를 전반적으로 동일하게 사용하는 편인지 묻는 항목에 응답자 75%가 ‘그렇다’고 답했다.
간편결제 비밀번호의 경우 대부분 동일하지만 일부 다르게 설정한다(47.3%), 모든 사이트에서 동일한 결제 비밀번호를 사용한다(39.3%)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9명꼴로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간편결제 비밀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왕효근 스텔스솔루션 대표는 “국민의 상당수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이후 직∙간접적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도용, 피싱 등 2차 피해는 크게 우려하면서도 비밀번호 변경 등 후속조치는 소홀하다는 점에서 무뎌진 보안인식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