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알테오젠이 코스피 이전을 결정하면서 최근 탄력을 받기 시작한 코스닥 활성화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지난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 조건 상장 폐지 및 코스피 이전 상장 승인을 의결, 코스피 입성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알테오젠은 코스피 이전 상장 목적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안정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대형 지수 편입을 통한 패시브 자금 유입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과거 코스닥 대장주들이 몸집을 키워 코스피로 옮겨간 선례를 따른 것이다.
향후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심사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코스피로 이전 상장할 예정이다. 현재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5%에 달한다. 이전상장이 완료되면 코스피 시총 28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테오젠의 이탈로 코스닥 시장의 축소는 불가피하게 됐다. 또한 코스닥의 상승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 최근 코스닥은 정부의 활성화 대책 기대감 등으로 ‘1000스닥’ 재진입 목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도미노 현상’이다. 현재 코스닥 시총 2위인 에코프로비엠 역시 지난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알테오젠의 성공적인 이전은 에코프로비엠 등 다른 대형주들의 이전 추진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만약 1위와 2위 기업이 동시에 빠져나갈 경우, 코스닥 시가총액의 8% 이상이 증발할 수 있다.
알테오젠이 코스피로 이전하면 당분간 에코프로비엠이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에코프로비엠 역시 이전 가능성이 남아있어 코스닥은 사실상 ‘새로운 대장주’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장기 자금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종합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적 지원이 실제로 투자 심리를 개선하고 기관 투자를 활성화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코스닥이 2차전지 및 바이오 일부 기업에 편중됐던 구조를 벗어나 인공지능(AI)·IT·소부장 등 새로운 혁신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정부 지원을 통해 ‘제2의 나스닥’으로 재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당내 공부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을 열고 코스닥 부양을 위해 개인투자자·단기투자 위주인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모았다. 동시에 기관투자를 늘려 코스닥 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부 차원의 코스닥 시장 부양책 공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위한 사전 준비로 풀이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