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애 식습관’, 젊은 위암 부른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맵고 짠 음식의 선호도가 높다. 매운 떡볶이·닭발뿐 아니라 다양한 메뉴에 불맛을 더해 맵게 만들고 마라 등 자극적인 향신료에도 거부감이 없다. 이뿐 아니다. 젊은층이 아니라도 젓갈, 찌개, 국밥 등 한국인들은 연령대에 상관 없이 짜고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처럼 맵고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만성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세대 위염·십이지장염 환자 수는 2020년 109만 명에서 2023년 113만 명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만성 위염은 방치하면 위 점막이 손상돼 위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아진다. 젊은 세대일수록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수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부터 젊은 층에서도 늘고 있는 위암의 원인과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살펴봤다. 

한국인의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은 위암을 유발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박수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환자에게 위암 조기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위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렇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 중 하나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위암 발생자는 2만9487명으로 전체 암종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위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발생 원인은 유전적 요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 점막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주로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되면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져 위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염장 식품이나 가공육에 포함된 질산염·니트로사민 성분이나 짜고 매운 음식 위주의 식습관은 이러한 변화를 심화시켜 위 점막 손상을 가속화하고 위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위암의 증상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들었다.

 

“그렇다. 조기 위암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있어도 속쓰림이나 더부룩함처럼 흔한 소화기 질환과 구별이 쉽지 않다. 명치 통증, 소화불량,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지속될 경우 검진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가볍게 넘기다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조기 위암은 증상이 아닌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에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만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권장하지만 가족력이 있거나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경우라면 더 짧은 간격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증상이 없을 때 받는 위내시경 검진이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위암 진단은 어떻게 내리나.

 

“위암 확진은 위내시경과 조직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내시경으로 위 점막을 직접 관찰하며 의심 부위를 조직 검사로 확인하고 병리 결과에 따라 암의 종류와 병기(진행 정도)를 판정한다. 이후 CT, 복부 초음파, PET-CT 등 영상검사를 통해 암의 범위와 림프절 침범 여부를 평가한다. 조기 위암은 병변의 크기가 매우 작고 점막 표면의 미세한 변화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숙련된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위암으로 확진되면 환자의 병기와 상태에 따라 내시경 절제술, 수술, 항암 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위암 조기 발견 시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위암 치료의 핵심은 병기와 침윤 깊이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암이 점막에 국한된 조기 위암이라면 위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도 내시경 절제술(ESD)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내시경 절제술은 내시경을 이용해 암이 있는 부위만 정밀하게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위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식사와 일상생활의 질을 유지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적다. 적절한 기준에 맞게 시행된 내시경 절제술의 5년 생존율은 90~95% 이상으로 위 절제 수술과 거의 동등한 치료 성적을 보인다. 다만 암의 크기, 깊이, 위치, 조직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법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암 치료의 기본은 병변 제거라고 들었다. 이후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조기 위암 병변을 제거했더라도  정기적인 관리가 진정한 완치의 핵심이다. 치료 후 첫 1~2년은 6개월 간격으로 이후에는 1년 간격으로 내시경과 CT 검사를 시행해 장기 추적 관찰을 이어가는 게 권고된다. 위 점막의 상태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짜고 매운 음식, 절임류, 훈제육의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식단을 바꾸자.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암 재발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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