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과 탈세, 분식회계 등 수천억대의 기업 비리 혐의에 관여한 혐의로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됐던 고(故) 조석래 그룹 명예회장은 재판 도중 별세해 공소 기각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승한 부장판사)는 4일 이 부회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조세)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에 이어 대법원 파기환송 전 2심에서 선고된 것과 같은 형량이다. 다만 재판부는 벌금에 대해서는 선고 유예하고 2008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관련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 별세한 조 명예회장에 대해선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이 숨졌으므로 기소도, 소송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2008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혐의에 대해 과세 관청이 해당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 처분을 취소했기 때문에 조세포탈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20년 12월 대법원은 해당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한 바 있다. 다만 2007사업연도에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없는데도 위법배당을 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일부 무죄, 유죄가 추가됐지만 전체적인 내용에 있어 크게 차이가 없다”며 “이미 권고형 하한인 2년 8개월을 이탈해 2년 6개월이 선고됐고 일부 무죄를 고려해도 더 낮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 다만 포탈 세액 감소를 반영해 선고유예하는 벌금 액수를 감액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4년 1월 조 명예회장과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이들은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효성 해외법인 자금 698억원을 빼돌리고 효성 싱가포르법인 자금으로 홍콩 페이퍼컴퍼니 대여금 채무를 면제해 회사에 23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2003년부터 10년간 5010억원 규모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탈한 혐의, 차명으로 수천억원대 주식을 거래해 양도소득세 110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1심에 이어 2심도 조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300여억원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국내 차명주식 관련 양도소득세 등 포탈,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법인세 포탈, 2007사업연도 관련 위법배당으로 인한 상법 위반 혐의들이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2020년 12월 대법원은 2심 판결 중 일부가 잘못됐다고 보고 법인세 포탈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다만 조 명예회장이 2007사업연도에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없는데도 위법배당을 했다는 혐의는 유죄로 봤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