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걷혔다” 車관세 15% 확정

- 美 “11월1일자로 소급 인하”
- 항공기∙목재 11월14일자 적용
- 車업계 “기업부담 크게 완화”
- 현대차 “정부∙국회 헌신 감사”

 

국내 자동차 업계를 짓누르던 미국 관세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미국 정부가 4일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인하(25%→15%)를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하기로 확정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숨통이 트였다.

 

미국 정부는 이날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관한 관세 조정 조치를 연방관보에 사전 공지했다. 25% 관세를 15%로 인하해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청과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연방관보에 공지한 문서는 지난달 13일 체결된 한미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 이행을 위한 미국 관세율표(HTSUS)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 대한 국가별 관세(일명 상호관세)를 15%(종전 25%)로 인하하는 내용도 관보에 포함됐다. 항공기 및 항공기 부품, 원목과 목재 및 목제품에 대해서도 관세가 지난달 14일 0시 1분 기준으로 소급 인하된다.

 

이번 관세 소급 인하는 한미가 지난달 14일 정상회담(10월29일·경주)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이하 팩트시트)의 후속 조치다. 안보와 무역 합의를 포괄한 팩트시트는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15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우리의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부품을 비롯한 항공기·부품, 목재 제품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가 확정돼 우리 수출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들의 통관 등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서도 관세 대응 컨설팅, 관세 바우처 제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경기 평택항 자동차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국내 산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미국 관세 인하 확정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논평을 내고 한국 수출기업이 겪어온 대외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 현지 시장에서 국내기업의 비즈니스 기회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합의된 관세 수준이 우리 산업계에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품목별 관세로 겪는 어려움이 남아 있는 만큼 양국 정부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인하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이날 입장문에서 “자동차 15% 관세 적용으로 우리 업계는 일본, 유럽연합(EU)과 동등한 여건하에 경쟁할 수 있게 됐으며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기업 부담은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인하 확정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출 경쟁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미 관세협상의 타결과 이행을 위해 온 힘을 다해준 정부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향상 및 브랜드 가치 제고, 기술 혁신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미 수출 비중이 약 85%에 이르는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 GM)도 한숨 돌렸다. 미국 경제 매체 CNBC 보도에서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5%의 관세 여파로 한국산 차량에 대한 관세 비용이 애초 20억 달러(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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