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의 한 동물미용학원이 실습견들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키우면서 일부는 번식에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이러한 동물학대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인데, 세종은 정부청사가 위치한 곳이라 더 씁쓸하다.
동물자유연대는 세종의 애견미용학원에서 실습용으로 키우던 개 53마리를 구조했다고 11일 밝혔다. 오물과 털로 뒤엉킨 뜬장에서 지내고 있던 개들 중 일부는 턱뼈에 문제가 있어 입을 다물지 못하거나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임신 상태로 발견된 개체들도 있었다.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과 달리, 얼굴이나 꼬리털 등이 말끔하게 미용된 개들의 모습은 기괴한 아이러니였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소위 ‘곰돌이컷’이라고 불리며 유행하는 스타일로 미용된 개들도 여럿”이라며“반려견 미용의 이면에는 실습견들의 희생과 고통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살아있는 동물이 미용 실습에 이용되는데도 미용학원 내 동물 보호 방안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동물미용업은 동물보호법에 규정한 반려동물 영업 등록 대상에 해당하는 반면, 애견 미용·훈련 과정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테이블, 욕조, 드라이어 같은 기본 시설만 갖추면 학원 설립이 가능한 터라, 실습 동물의 동원 경로 및 사육 환경이나 동물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이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미용학원이 번식장과 연결되며 동물 착취 구조를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미용학원 실습 과정에서 동물 피해 수준이 심각할 뿐 아니라, 특히 실습에 이용되는 동물 상당수가 번식장 동물이라는 점에서 동물의 동원 경로를 파악하고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실습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조속히 마련하고, 나아가 동물 이용을 최소화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구조를 시작으로 동물미용학원에서 실습에 이용되는 동물의 보호·관리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