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과징금 부과 예고에 긴장감 고조…상생금융 압박도

-이찬진 감원장 연일 ELS 지적…내부통제 강화 주문
-교육세 인상·배드뱅크 분담금·성장펀드 등 요구↑

한 시민이 서울 건물에 설치된 은행 ATM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한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연일 홍콩 ELS를 언급하면서 은행권에선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생·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하게 주문한 데 이어 대규모 과징금까지 예고되면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개최한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전금융권 간담회에서 “홍콩 ELS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일부 현장에는 단기성과 중심의 불건전한 경영 관행, 미흡한 내부통제 등이 여전하다”며 “이런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등 소비자 중심의 실질적인 운영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말 이 원장은 첫 공식 행보로 나선 자리에서도 홍콩 ELS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은행장들을 만나 홍콩 ELS 불완전판매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례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 내부통제를 고강도 점검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이 원장은 “더 이상 ELS 불완전판매와 같은 대규모 소비자 침해 사례는 없어야 한다”며 “은행 스스로 업무 전반에 걸친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운영,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 관행 개선 등으로 사전예방적 소비자 보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이 연달아 홍콩 ELS를 얘기하면서 은행권은 조 단위 과징금 부과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위가 내부적으로 ELS 수입을 판매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 전체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징금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증권가에선 금융위가 판매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면 KB금융의 경우 판매액이 8조2000억원에 달해 최대 50% 부과 시 4조1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2조4000억원을 판매한 신한지주의 경우 1조2000억원, 하나은행은 1조원, 우리은행은 200억원의 과징금이 책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실질 수익인 수수료수익 기준으로 적용될 경우 은행별 과징금이 수백억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홍콩 ELS 불완전판매 관련해 연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은행권을 둘러싼 상생·생산적 금융 압박은 점차 커지고 있다. 교육세율 2배 인상 부담이 커졌고, 4000억원 규모의 배드뱅크 분담금,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 은행권을 향한 상생 금융 청구서가 줄줄이 청구됐다. 김 연구원은 “금리 인하와 함께 규제·수익성 제한 이슈는 은행업종의 펀더멘털 성장성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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