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배리가 작곡한 “셰리 캐스크의 심포니”... 더 글렌드로낙 고연산 상륙

레이첼 배리 더 글렌드로낙 마스터 블렌더가 더 글렌드로낙의 향을 음미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서울에 오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스타일, 라이프스타일, 음악, 그리고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에 관해서도 한국인이 최고의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글렌드로낙을 먼저 소개하게 돼 더없이 기쁩니다.”(레이첼 배리 더 글렌드로낙 마스터 블렌더)

 

‘위스키 매거진’ 명예의 전당에 오른 최초의 여성 마스터 블렌더이자, 현재 더 글렌드로낙 증류소를 이끌고 있는 레이첼 배리(Rachel Barrie)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싱글몰트 위스키 더 글렌드로낙(The GlenDronach)의 고연산 시리즈 ‘울트라 프리미엄 라인’ 더 글렌드로낙 21·30·40년 숙성 연산 론칭을 기념해 방한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울트라 프리미엄 라인’ 프리뷰 행사에서 미디어와 만났다. 배리는 자신을 ‘맛의 심포니를 작곡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글렌드로낙은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생산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다. 1826년 설립 이래 약 200년 동안 전통을 지켜왔다. 무엇보다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스페인산 셰리 캐스크에 숙성, ‘셰리 몬스터’, ‘셰리의 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레이첼 배리 마스터 블렌더로부터 글렌드로낙을 즐기는 법에 대해 들었다.

레이첼 배리 마스터 블렌더가 더 글렌드로낙의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글렌드로낙을 소개해달라.

 

“글렌드로낙은 저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수십 년간 업계에서 일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마스터 블렌더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다.

 

글렌드로낙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애버딘셔의 포그 지역 검은 베리의 계곡((Valley of the Brambles)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보리밭과 청정한 샘물이 풍부해 싱글 몰트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글렌드로낙은 이중적인 캐릭터를 지녔다. 힘 있고 견고한 스코틀랜드 스타일에 스페인적 우아한 색채가 더해졌다.”

한국브라운포맨이 지난달 28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 셰리 캐스크 숙성 싱글몰트 위스키 ‘더 글렌드로낙’의 고연산 시리즈 ‘울트라 프리미엄 라인’ 출시를 앞두고 프리뷰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정희원 기자

-글렌드로낙은 ‘셰리의 왕’으로 불린다. 차별점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셰리 캐스크는 미국산이나 유럽산 오크(참나무)로 만들어지지만 우리는 희소가치가 높은 스페인산 최고급 오크를 고집한다. 이는 강렬한 풍미와 깊고 자연스러운 색으로 위스키를 물들이는 천연 탄닌의 원천이다. 글렌드로낙의 모든 한 방울은 반드시 어느 시점에서든 셰리 캐스크에 담겼던 경험이 있다. 이 전통을 지키는 증류소는 많지 않다.

 

스페인산 페드로 히메네스 캐스크는 특히 농밀하고 관능적이며, 대추야자와 건포도 풍미가 풍부하다. 반면 올로로소 캐스크는 더 드라이한 셰리다. 고소하고 향신료 같은 풍미를 만든다. 두 가지가 만나면 맛과 질감의 풍요로움이 증폭돼 마치 플라멩코의 크레센도처럼 강렬한 개성을 만들어낸다. 특히 우리는 ‘셰리의 왕’으로 불리는 페드로 히메네스 캐스크를 높은 비율로 사용한다. 이는 글렌드로낙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레이첼 배리 블렌드 마스터가 더 글렌드로낙 21년의 풍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이번에 선보인 울트라 프리미엄 라인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더 글렌드로낙 21년은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스(PX) 셰리 캐스크를 사용해 숙성했다. 고급 셰리와 플럼 푸딩·초콜릿, 그리고 생강·넛맥의 섬세한 스파이스가 핵심이다.

 

더 글렌드로낙 30년은 올로로소·페드로 히메네스 두 캐스크에 이어 아몬티야 캐스크에서 추가로 숙성 과정을 거쳤다. 아몬티야도 셰리 캐스크는 고유의 풍부하고 매혹적인 아로마를 더해줘 정제되고 우아한 개성을 자아낸다. 아직 글로벌 론칭을 하지 않아, 한국에서 프리뷰를 먼저 보시는 셈이다. 이는 아몬티야 캐스크의 영향이 더해진 복합미로 체리·설타나 케이크, 시나몬 레이즌넛 토피 등의 맛이 점층적으로 퍼진다.

영국의 웨딩케이크를 연상케하는 더 글렌드로낙 30년. 사진=정희원 기자

특히 30년은 글렌드로낙의 환대하고 너그러운 성정을 정말 잘 보여주는 위스키다. 마실 때에는 입속에서 층층이 드러나는 풍미의 레이어가 완전히 펼쳐지도록 시간을 가져보시라. 페드로 히메네스의 달콤함, 올로로소의 너티함, 아주 미세한 향신료의 뿌림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합되어 풍미의 심포니를 이룬다. 혀 위에서 춤추는 듯하다.

 

이런 스타일의 셰리는 마치 영국의 웨딩 케이크와를 떠올리게 한다. 결혼 30주년 기념일에 30년산을 곁들였다. 정말 뜻깊은 순간이었다.

전 세계에 300병밖에 없는 더 글렌드로낙 40년. 사진=정희원 기자

더 글렌드로낙 40년은 전 세계에 300병밖에 없다.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세계에서는 1980년대 증류분이 아주 적다. 70년대에 증산했다가 너무 많이 만들어 버려서 이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글렌드로낙에는 아직 조금 남아 있고, 덕분에 40년 단일 몰트를 선보일 수 있었다.

 

더 글렌드로낙 40년은 셰리 캐스크 숙성의 정수를 구현한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보데가에서 공수한 오크통에 담겨 수십년간 세심한 관리를 통해 완성됐다. 특히 오크통에서 꺼낸 원액을 물로 희석하지 않고 그대로 병입하는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방식을 적용해 본연의 맛과 깊이를 그대로 전달한다.

 

위스키는 거의 블랙 오크에 가까운 색이다. 진한 블랙베리, 고급스러운 검붉은 체리, 아직 맛보지 못한 최고의 다크 초콜릿 풍미가 담겼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브램블의 계곡이 빚어낸 궁극의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비범함과 깊이의 경험을 약속한다.”

사진=정희원 기자
더 글렌드로낙은 최근 ‘울트라 프리미엄 라인’을 론칭했다. 이를 기념해 레이첼 배리 마스터 블렌더가 한국을 찾았다. 사진=정희원 기자

-더 글렌드로낙은 2026년 증류소 설립 200주년을 앞두고 있다. 한정판 계획이 있나.

 

“증류소 창고에는 19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원액이 남아 있다. 200주년에 맞춰 어떤 목소리를 들려드릴지 고민 중이다.”

 

-위스키와 빼놓을 수 없는 게 페어링이다. 맛있게 즐기는 법을 소개하자면.

 

“글렌드로낙 12년은 숙성 하드 치즈와 드셔보시라. 갈비찜·떡갈비 등 한국의 명절 음식과도 조화롭다. 15년은 식후 다크 초콜릿과 페어링해 보길 꼭 추천한다. 18년은 앵거스·와규 등 스테이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21년은 플럼 푸딩 같은 정교한 디저트가 좋겠다. 30년은 과일·견과류 케이크와 궁합이 좋다. 집에서는 사실 크랜베리 등 건과일과 견과류만으로도 충분한 페어링이 가능하다.”

"슬란제바!" 레이첼 배리 마스터 블렌더가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위스키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받으시나.

 

“저에게는 세상이 말 그대로 영감의 원천이다. 오감으로 연결되는 데서 기쁨이 생긴다. 아름다운 음악의 심포니, 보이는 풍경, 향, 맛, 질감까지.

 

특히 여행에서 영감을 얻는다. 매년 스페인 세비야와 안달루시아의 ‘셰리 트라이앵글’에도 간다. 갈 때마다 글렌드로낙에 꼭 맞는 스페인 셰리 캐스크들을 탐색하는 식이다.

 

이밖에 한국의 훌륭한 박물관을 경험하면서, 또 여러분이 한국에서 무엇을 좋아하시고 어떤 맛을 선호하시는지, 무엇과 페어링이 잘 맞는지를 듣는 것이 제게 아주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제가 다음 위스키를 빚는 영감이 된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