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서 불붙은 환전 수수료 무료 경쟁…해외 결제·인출 수수료도 無

 

 직장인 이 모(37) 씨는 다음 달 해외여행을 앞두고 최근 한 시중은행이 출시한 체크카드를 발급했다. 번거로운 환전 절차 없이 현지에서 결제할 때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고 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해외여행 때마다 환전 시기, 환전액 규모 등을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이러한 부담을 줄인 서비스가 유익할 것 같다. 공항 라운지 이용에 따른 부담을 줄인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하는 등 최근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은행들이 연이어 ‘환전 수수료 제로’를 선언하고 있어 시선을 끈다. 환전 수수료는 물론 해외 결제 및 인출에 따른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향후 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러한 추세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KB국민은행은 KB국민카드와 협업을 통해 22일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환전은 물론 해외 가맹점 결제 및 ATM 인출에 따른 부담을 줄인 게 특징이다. 환전 시 전월 이용실적 조건 없이 환율 100% 우대를 제공하고 해외 결제 및 인출 수수료도 면제했다. 연말까지 재환전(환급) 시 환율 우대 100%를 제공한다. KB 페이(KB Pay) 앱에서 오픈뱅킹을 활용해 KB국민은행 및 다른 은행 계좌에서 전 세계 33종의 통화에 대해 최대 200만원까지 외화머니를 충전해 해외 가맹점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는 올해까지 공항 라운지 이용 시 1인 30% 할인 또는 1인 구매 시 추가 동반자 1인 무료 혜택과 함께 e심(eSIM) 구매 시 20%를 할인해준다.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 홍보물. KB국민은행 제공

 

 신한은행은 신한카드와 함께 지난 2월 ‘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전 세계 30종 통화 100% 환율 우대(재환전 시 50% 환율 우대) ▲해외 결제 및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면제 ▲국내 편의점 5% 할인 ▲국내 대중교통 1%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여행을 위한 특화 프리미엄 서비스도 담았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1회씩 전 세계 1200여개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 트래블 리워드 서비스(25개국 400여개 가맹점 캐시백 최대 10%) 혜택과 더불어 일본 3대 편의점 5% 할인 , 베트남 그랩(Grab) 및 롯데마트 5% 할인, 미국 스타벅스 5%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환전 후 전용 외화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 중 미 달러와 유로화에 대해선 각각 연 2%, 연 1.5%의 특별금리도 적용한다. 해외에서 해당 체크카드를 이용할 때 환전 잔액이 부족할 경우 부족한 금액을 연결된 원화계좌에서 인출해 자동 환전 후 결제할 수 있는 ‘부족금액 자동결제 서비스'도 지난 19일 탑재했다.

 

‘신한 SOL트래블 체크카드’ 홍보물. 신한은행 제공

 

 토스뱅크는 지난 1월 외환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고 하나의 계좌로 17개 통화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외 결제 및 ATM 출금에 따른 수수료도 없다. 김승환 토스뱅크 외환서비스 프로덕트오너(PO)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살 때도 팔 때도 같은 환율을 적용하겠다’는 콘셉트로 환전 소비자에게 100% 수수료 우대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PO는 일반 은행의 환전 수수료가 1.5∼13.1% 수준인데 반해, 토스뱅크는 이러한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겠다고 부연했다. 해외 결제 및 출금에 따른 수수료도 없다. 이 상품은 출시 3개월 만에 100만좌에 달하는 실적을 올렸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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