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금융위기 때 상승폭 추월…“달러 강세 지속될 것”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7% 넘게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의 상승폭을 넘어섰다. 근본적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결과지만, 유독 원화 가치의 낙폭이 커 한국경제의 대외 취약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강달러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19일 기준)은 1382.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종가(1288.0)보다 7.3% 상승했는데, 연초 3개월여 기간 만에 7%를 뛰어넘는 급등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2009년에도 같은 기간 6.9%, 5.8%씩 상승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이 ‘나홀로’ 호황으로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 이스라엘-이란 대립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것도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달러가치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원화가치 낙폭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연준이 달러지수를 산출할 때 활용하는 주요 교역국 26개국 중 한국보다 통화가치가 더 크게 하락한 나라는 칠레(10.0%), 일본(9.8%), 스웨덴(9.0%), 스위스(8.5%), 브라질(8.1%), 아르헨티나(7.6%) 등 6개국뿐이었다.

 

 정부는 중동 사태가 확전하지 않는다면 추가 급등락은 제한적일 것이라 바라보지만 범정부적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일 기재 차관보 주재로 실물 및 금융부문 ‘관계기관 콘퍼런스콜’을 통해 동향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차관급 또는 장관급 회의로 격상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환율의 향배는 강달러와 중동사태 추이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중동 위기가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는다면 1400선을 뚫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당국 내 대체적인 기류다.

 

 주요 은행 투자전문가들은 중동사태 추이에 집중하며 당분간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재혁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지점 골드PB팀장은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과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이 해소될 때까지는 당분간 높은 환율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석현 신한은행 S&T 수석 이코노미스크도 “확전을 억제하려는 미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강경 노선으로 인해 사태 전개가 불투명하고,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할 시 보복의 악순환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1400원 위로 고점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350원 선을 넘고, 지난 16일 약 17개월 만에 장 중 1400원까지 오르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8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558억6560만달러(약 77조400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5억1200만달러(약 2조76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서진 기자 west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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