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무적의 미성년자

 십수년 동안 여전히 ‘핫‘한 주제가 있다. 바로 미성년자에게 속아 술을 팔았다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자영업자의 억울한 하소연이다. 잊을만 하면 다시금 회자하는 사연에 모두가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 이제 억울한 자영업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연말 온라인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한 사연이 있었다. 12월 인천의 한 식당 주인이 공개한 쪽지 때문이었다. 뒷편에는 16만원 어치의 음식과 술을 마신 일행들이 “죄송하지만 우린 미성년자다. 신고하면 영업정지인데 그냥 가겠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오히려 고마운 줄 알라’는 적반하장의 뉘앙스가 황당함마저 자아낸다.

 

 성탄절 연휴에는 성인인 척하는 미성년자에게 14만원어치 술과 음식을 팔았다가 부모에 고소당한 사연도 알려졌다. 해당 업주는 “이들의 부모가 술을 팔았다고 전화해 온갖 욕을 퍼붓고 고소까지 했다”며 “처벌이 속은 판매자에게만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해당 미성년자들이 그 후로도 이런 음주행각을 SNS에 자랑하듯 올리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업주는 분노까지 표현했다.

 

 현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면 1차 적발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시 영업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물론 면책 조항은 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경찰 조사 중 구청이 먼저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면 추후 무혐의를 받아도 영업 손실을 보전해 주는 조항은 없다. 청소년 보호법은 더 엄격하다. 청소년에게 술을 판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결국 미성년자가 위조신분증 등으로 속인다면 애꿏은 가게 사장만 덤터기를 썼던 셈이다. 한달 벌어 한달을 먹고 사는 소상공인은 생계에 치명타를 받을 수 있다. 더 화나는 점은 이런 결과를 초래한 미성년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기죄나 무전취식죄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청소년을 입건한 사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성년자의 철없는 사소한 비행’이라는 명분으로 무적의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현실이 조금은 달라질 전망이다. 2월초 대통령이 참석한 민생토론회에서 자영업자들의 제도 개선 호소가 빗발쳤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은 “신분증을 검사한 사실이 CCTV라든지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확인되면 행정처분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가에서 이렇게 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법대로 하는 건 책임 떠넘기기 아닌가”라며 각 관계 부처에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청소년보호법, 담배사업법, 식품위생법 등 3개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는데 기획재정부와 여성가족부, 법제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협업해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하는 등 4월까지 개정작업을 마치고 시행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CCTV에 신분증 검사를 하는 장면이 촬영될 경우, 신분증의 위조나 변조, 도용이나 폭행·협박으로 인해 청소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행정처분을 면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또 관련 진술이나 그 밖의 방법에 따른 구제도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1차 적발시 영업정지 2개월에서 영업정지 7일 등으로 바꾸는 안도 있다.

 

 그런데 조금더 나아가야할 방향이 있다. 바로 범법행위를 한 당사자도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성년자가 자신이 행한 행위에 대해 책임질 능력이 아직 미숙하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는 2024년의 오늘날과는 맞지 않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10대의 아이들이 접하는 정보는 과거와 달리 폐쇄적이지 않다. 이미 성인과 똑같은 정보를 접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규정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보호받은 대상으로만 설정을 하니 그 현실적 괴리에서 애꿎은 피해자만 발생한다. 미성년자에게 적법한 처벌의 수위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다시 정하고 보호자에게 벌금 등을 부과하는 또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권기범 산업부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