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자산?…’ 코인 열풍 속 용어 사용은 입맛대로?

한국은행·정부 등 '화폐'·'통화' 용어 사용 자제
주요 거래소는 '디지털 자산·'가상자산' 용어 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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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오현승 기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실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코인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지만 여전히 통일된 용어는 없다. 일단 중앙은행이나 정부에선 비트코인 등을 ‘화폐’나 ‘통화’로 부르는 걸 꺼리는 분위기다.

 

◆공식 용어는 ‘암호자산’이라지만…한국은행 내에서도 혼용 여전

 

우선 한국은행에선 공식적으로 ‘암호자산’이라는 용어를 쓴다. 한은 디지털화폐연구팀 관계자는 “‘커런시(Currency)’를 ‘화폐’로 부르면 화폐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은 ‘암호자산’으로 용어를 통일했다”며 “한은도 국제기구와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암호자산’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화폐를 발행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중앙은행으로선 비트코인 등을 ‘화폐’ 또는 ‘통화’로 지칭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27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들어서 암호자산 시장의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다”고 발언하면서 ‘암호자산’이라는 단어를 썼다.

 

하지만 한은 내에서 ‘암호자산’ 용어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흔적도 일부 보인다. 한은이 지난 3월 배포한 ‘주요 현안에 대한 이주열 총재 문답’에선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지급수단 및 가치저장수단으로서 기능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향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도입되면 특히 지급수단으로서의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며 ‘암호화폐’ 용어를 혼용했다. 

지난 3월 주요 현안에 대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답변. 한국은행 보도자료 캡처

 

한은 임직원 행동강령에선 ‘가상통화’란 용어를 쓴다. 행동강령 제22조는 ‘가상통화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는 임직원 또는 그 직무를 수행했던 임직원이 가상통화를 보유하는 경우 총재에게 신고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18년엔 ‘가상통화 및 CBDC공동연구 TF’ 출범하면서 ‘가상통화’란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한국은행 임직원 행동강령 제22조. 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정부·국회 ‘가상자산’…시장에선 ‘디지털 자산’·‘가상화폐’ 용어도

 

정부는 최근 들어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G20에서도 여러 용어를 두고 검토했다. 처음에는 ‘암호화폐’를 쓰다가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로 통일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가상자산사업자 관리, 블록체인 산업육성 등을 위한 주관부처를 정했다. 지난 2019년까지는 정부도 ‘가상통화’란 용어를 자주 사용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2018년 1월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입장’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국회에선 ‘가상자산’ 용어 통일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제2조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를 ‘가상자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 발의된 관련 3건의 법안명 역시 각각 ‘가상자산업법안’(이용우 의원 대표발의),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김병욱 의원 대표발의),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안’(양경숙 의원 대표발의)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가상자산대책TF’를 출범시키며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등의 거래를 중개하는 주요 거래소들의 입장은 어떨까. 업계 1위 업비트는 자사 이용약관에서 ‘디지털 자산이라 함은 서비스에서 거래할 수 있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에서 전자적으로 존재하는 정보로 서비스의 대상물을 말한다’면서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밖에 빗썸, 코인원 및 코빗의 약관은 비트코인 등을 ‘가상자산’이라고 칭한다. 국내 한 금융연구소장은 “각 주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비트코인 등이 화폐의 주요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만큼 한은과 정부 등이 사용하는 ‘암호자산’ 또는 ‘가산자산’이란 용어가 좀 더 생명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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