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가속화되는 생보사…대형사도 떤다

역대 최초 한은 기준금리 0.5%…영업부진에 역마진 심화까지 ‘설상가상’
중소형 생보사 파산 위기 몰릴 수도…“누가 계약 떠안을까?” 대형사도 고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실적 악화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보험영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시중금리 마저 떨어지면서 역마진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형 생보사들이 자칫 파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덩치가 큰 대형 생보사들도 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소형 생보사가 파산할 경우 이들의 보험계약이 대형 생보사에게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7782억원에 불과해 전년동기(1조2638억원) 대비 38.4% 급감했다. 이미 작년에도 당기순익이 22.8% 줄었는데, 올들어 회복하긴 커녕 순익 감소세가 더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보험영업 분야의 부진이 컸다. 생보사의 올해 1분기 보험영업손실은 7조9043억원에 달해 전년동기의 5조7860억원보다 36.6% 늘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보험영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면 채널이 큰 곤란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준금리 0.5%의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보험영업 분야뿐 아니라 투자영업 분야도 위기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생보사들은 과거 판매한 고금리상품으로 인한 역마진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55%인데 반해 평균 책임준비금 부담이율은 4.18%로 0.68%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에 판 예정이율 8~9%대 상품, 2000년대 초중반의 예정이율 4~5%대 상품들뿐 아니라 2010년대의 예정이율 2~3%대 상품에서도 대규모 역마진이 일어날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난해 역마진 규모가 3조9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4조원을 넘겨 5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이번달말 실행될 예정인 금융당국의 보험부채 적정성 평가(LAT)도 골칫거리다. 작년까지는 책임준비금이 LAT 평가액보다 적은 보험사가 없었지만, 시중금리가 급격히 내려갈 경우 미래 부채가 증가해 책임준비금이 LAT 평가액에 못 미치는 생보사가 나올 수도 있다. 이 경우 해당 생보사는 추가적인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하며, 회계장부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LAT 평가 후 자칫 중소형 생보사들은 파산 위기로 몰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지 않아도 당기순손실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이 필요해지면 손실이 더 늘어난다. 덩치가 작은 중소형 생보사는 손실 규모가 이익잉여금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형 생보사들의 고민도 크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중소형 생보사가 파산할 경우 정부는 보험계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직 여력이 있는 대형 생보사들에게 계약 이전을 요구할 것”이라며 “과거 ‘IMF 사태’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생보사의 경영이 어려워질수록 신계약에 몰두하다보니 언더라이팅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부실한 언더라이팅 탓에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대거 가입시키면 후일 보험금 지급 부담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를 수 있다”고 염려했다. 이는 대형 생보사에게도 견디기 힘든 악재로 지적된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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