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경기도 안양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38)는 최근 거주 중인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세를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년 말 내 집 마련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게 화근이었다. 보유하고 있던 현금과 신용대출 5억원을 합쳐 총 9억3000만원에 구입했던 아파트값이 올해 2월 7억5000만원까지 급락하자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거액의 대출을 받아 서울과 인근 수도권에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불황으로 인한 부동산시장 침체, 보유세 인상, 정부 규제로 인한 아파트값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며 낭패를 겪는 30대가 늘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부동산 거래 실수요자는 대부분 40대 중반 이후 중장년층이었다. 거래 금액이 워낙 커 적잖은 자산이 필요하고, 자녀 교육 등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적금을 통한 재산 증식이 어려워지는 대신 대출 부담이 줄어들고, 내 집 장만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30대가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지고, 청약가점 상승으로 30대의 당첨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 것도 원인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서울, 수도권 지역은 당점 커트라인이 가점 60점대로 치솟았다”며 “60점 달성에 필요한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무주택 기간 15년, 부양가족 2명 등은 30대 수요자가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적잖은 30대 실수요자들이 일명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다 대출)’로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다. 영끌 대출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 7만1734건 중 30대가 2만691건(28.8%)을 차지했다. 월별 연령대별 아파트 매입 비율도 30대는 작년 12월 1만4117건 중 4027건(29%), 올해 1월 1만491건 중 3188건(30%), 2월 9522건 중 3141건(33%)으로 매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자치구별 30대 매입의 비율은 구로구(38%), 강서구(36%), 노원구(32%) 등 강남 외 지역에서 매입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잇따른 악재로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대출금 상환, 보유세 부담은 늘자 울며 겨자 먹기로 급매를 고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제활동 초기인 30대는 경험과 보유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이면 글로벌 경제위기 등 악재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아파트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보유세 부담이 줄지 않으면 빚을 내 대출금을 갚으며 빈곤에 허덕이는 30대 하우스푸어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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