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부양 절실한데 늘어나는 부채에 발목잡히나

[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부채 증가로 인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와 거시지표 악화로 어떤 형태로든 경기진작책이 필요하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하함으로써 한미금리 격차 확대라는 부담을 덜어주게 됐다. 한은의 금리 인하 경로를 확실히 열어준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19일 "연준의 이번 인하는 여타국 입장에서 보면 통화정책의 부담을 더는 측면이 있다"고 밝힌 것도 사실상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우리 경제는 그리 좋은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보더라도 활력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 1/4분기 0.8%에서 2/4분기 1.5%로 돌아섰지만 남은 기간이 더 문제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2%를 달성하려면 3/4분기와 4/4분기에 합쳐서 1.5%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인데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이 9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8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6% 줄어든 442억달러이다. 지난해 12월 수출이 -1.7%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월별로는 6월 -13.8%, 7월 -11%에 이어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그래서 정부 재정이 투입으로 커버해봤지만 펀더멘털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 경제 전체의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4분기 0.1%를 기록한 후 금년 1/4분기 0.5%, 2/4분기 0.7%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조짐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그동안 투입된 재정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거나 경기둔화가 더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당연히 자금을 풀어야 하지만 늘어나는 부채가 문제이다. 개인부채는 물론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의 개인대출을 보면 지난 3월 2조8933억원에서 4월 4조5241억원, 5월 4조9773억원, 6월 5조3859억원, 7월 5조8106억원, 8월 7조3651억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던 금융안정성 논란이 다시 제기될 수도 있다. 금융안정이 위협을 받으면 전체 시스템의 안정이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으로서는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을 맞게 됐다.

 

jblim@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