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일의 전자계산기] LG 스마트폰, 적자 탈출은 희망고문

G4, G5 연속 대실패에 휘청…LG스마트폰 브랜드 가치 훼손 결정적
생산·투자 조정, CEO교체 초강수에도 판매량은 하향세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 및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매각, 분할 등 중요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산출이 됐는지, 수익성은 괜찮은 것인지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제시되는 공모가나 각 기업의 연봉이 어떤 방식으로 산정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파이낸스는 다양한 평가 방법과 기업간 비교 등을 통해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전자계산기]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2015년부터 4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누적적자만 3조원을 훌쩍 넘긴다. 감원, 비용절감,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바로 LG스마트폰의 이야기다. 2010년부터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돌이키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지적 속에서도 꿋꿋하게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 첫 스마트폰…흑역사의 시작

 

LG전자는 2010년 3월 첫 스마트폰인 '안드로 1'을 출시했다. 초기작이다보니 배터리 소모가 커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그해 6월 '안드로 1'의 단점을 보완한 '옵티머스 Q'를 출시했지만 발매가 2번이나 연기되고,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등 LG스마트폰에 대한 신뢰 하락의 시초가 됐다.

 

LG전자는 8월 '옵티머스Q'와 '안드로 1'에 대한 OS업그레이드를 약속했지만 공지를 삭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LG전자 MC사업부는 2010년 2분기 1300억원 적자라는 당시로선 충격적인 성적을 받아 들여야만 했다.

 

이후 LG전자는 옵티머스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2011년 1월 세계 최초의 듀얼코어 CPU를 탑재한 '옵티머스 2X'를 출시하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 스마트폰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그러나 동급기기인 삼성 '갤럭시S2'가 저장공간을 32GB를 지원하는 반면 '옵티머스 2X'는 8GB만 지원하면서 외면을 받았다. 더욱이 LTE로 전환하는 시기가 겹치면서 LG전자가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폰이 됐다.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들의 공통점은 최적화 문제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쌓여 갔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옵티머스 시리즈를 꾸준히 출시했지만 OS 업그레이드 등에서 문제를 일으키면서 소비자들과 마찰을 빚어야만 했다.

 

 

◇ G2, G3의 흥행 그리고 날개 없는 추락

 

2012년 11월 LG그룹사가 전적으로 지원한 '옵티머스 G'가 출시된다. LG전자는 옵티머스 G부터 시작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UI/UX에도 많은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신을 꾀했다. 그리고 LG G2에 이르러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옵티머스'라는 이름을 버리게 된다.

 

G2부터는 전면 물리버튼과 측면 전원, 볼륨 조절 버튼을 없애고 후면 버튼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윽고 2014년 5월27일 LG전자 역대 스마트폰 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G3가 출시됐다. 세계적으로 1000만대가 팔렸다.

 

LG전자는 2013년 G시리즈와 보급형 제품들이 선전하면서 판매량이 기존 2000만대 수준에서 4760만대로 급성장했다. 2014년엔 더욱 성장하면서 3161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흑자는 2014년이 마지막이었다. 2015년 LG전자는 길고 긴 암흑의 터널에 진입한다.

 

2015년 4월29일 출시된 G4는 5.5인치 화면에 32기가바이트(GB) 저장공간, 3GB 메모리 등 당시 최고 수준의 부품이 탑재됐다.

 

하지만 G4는 전원이 스스로 꺼졌다 켜졌다 반복되는 증상이 발생했다. 국내와 해외에서도 비슷한 이슈가 제기되자 LG전자는 내부부품의 접촉불량이 원인이라고 밝히고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LG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더욱이 '아이폰6'와 '갤럭시 S6 엣지' 등이 동시에 출시되고, 자사 제품인 G3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많아 기기의 결함 말고도 부진의 이유는 많았다.

 

또 G4와 함께 오디오 기능에 집중한 'V10'을 내놨지만 역시 전원이 스스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기기 결함이 발생하면서 무상 수리 전력을 남겼다. 결국 LG전자는 G4와 V10을 출시한 2015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 G5의 대실패, LG스마트폰 브랜드 대추락

 

2016년 출시된 G5는 원하는 기능을 레고 조립하듯 끼워서 쓰는 세계 최초의 '모듈형 스마트폰'을 지향했다. 초반에는 주간 판매량 톱 10에 이름을 올릴만큼 괜찮은 성과를 보였지만 출시 후 한 달도 안 되어 판매량이 저조해졌다.

 

이유는 모듈 사이 틈이 벌어지는 유격현상이라는 치명적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G5의 대실패로 2016년 LG전자 MC 사업부는 무려 1조2600억원의 적자를 보게된다. 막대한 적자 뿐만 아니라 LG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무한대로 하락시켰다. 같은해 출시된 V20이 북미 등에서 115만대 판매고를 올리며 분전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MC사업부를 이끌던 조준호 사장이 사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고, 2017년부터 황정환 부사장이 사업을 이끌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2017년 3월10일 내놓은 G6는 '기본기'에 충실했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G6의 판매량 추정치는 300만대로 전작인 G5(320만대 추정)보다 부진했다. 8월 나온 V30도 각종 해외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110만대 판매에 그쳤다. LG전자는 구조조정 등으로 적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2017년 적자도 7368억원에 달했다. 

 

 

2018년 5월18일 LG 스마트폰 최초로 노치 디자인이 적용된 G7이 나왔다. G7는 전작인 G6보다 더 참혹한 성적을 받았다. 시장은 150만대 팔린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월4일 출시된 V40도 출하량이 100만대 안팎에 머무르면서 LG전자 스마트폰의 판매량 하향 추세는 이변없이 이어졌고 2018년 적자액도 7901억원으로 전년보다 확대됐다.

 

올해 2월24일 출시된 G8은 출하량 기준 100만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G 시리즈 소속 스마트폰으로는 역대 최하위 수준의 성적이다. 듀얼스크린을 적용한 V50이 선전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51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중이다.

 

◇ 구조적 문제 안은 스마트폰…적자 탈출 '요원'

 

LG전자가 신규 스마트폰을 출시할때마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적자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판매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줄여놓은 생산능력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한국, 중국, 브라질, 베트남 등에서 생산하고 있는 스마트폰 생산 능력을 해마다 줄이고 있다. 2016년말 기준 생산 능력은 8318만대였지만 2017년말 6722만대, 작년엔 2016년 대비 절반 이하인 3867만대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대한 투자도 줄이고 있어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 LG전자는 MC사업부문에 계측기, 생산설비, 연구개발 등 명목으로 982억원을 투자했다. 2017년엔 같은 부분에 1210억원을, 2016년엔 1471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이후에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LG전자 측의 전망은 희망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스마트폰의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판매량 감소가 가파르다"면서 "2015년부터 이어진 만성 적자로 인해 생산·투자 축소 뿐만 아니라 조직내 사기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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