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부자…금융권 자투리 투자·저축 상품 주목

카드 자투리 금액 등으로 적금 불입 또는 해외주식 투자
합리적 지출 가이드 제공·투자 접근성 향상 등 긍정적 기능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금액을 손쉽게 저축 또는 투자할 수 있는  '잔돈금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친숙한 젊은 소비자들과 알뜰 재테크족 등이 이러한 서비스의 주요 타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는 신용카드 소비자가 카드결제 건별 자투리 금액을 모아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 초 쯤 출시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카드사가 카드이용자의 소비정보를 금융투자회사가 보유한 투자활동 데이터와 결합·분석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해외주식을 추천하고, 금융투자회사가 고객의 주문에 따라 해외주식에 소액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일 2만 원 한도 내에서 자투리 투자금액을 '1만 원 미만' 또는 '1000원 미만' 중에서 투자액을 설정할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 24일 신한카드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문업 등록 등 부가조건을 붙여 이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기도 했다.

 

핀테크 기업들도 잔돈금융 모델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30대 소비자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잔돈금융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지난 4월 출시한 '토스카드'는 결제 시 1000원 미만의 잔돈은 토스 자동저축 계좌에 자동으로 모아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토스카드는 약 3개월 만에 누적 발급자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누적 결제액은 이달 중 3200억 원까지 늘었다. 

 

스타트업 티클은 사용자가 앱과 연동된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결제액을 1000원으로 올림해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 투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서비스하면서 계좌개설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제2금융권에선 웰컴저축은행이 지난해 스마트폰 전용상품인 '웰컴 잔돈모아올림적금'을 내놨다. 가입자가 미리 지정한 본인명의 보통예금에서 '1000원 미만' 또는 '1만 원 미만'의 잔돈을 이체할 수 있는 '잔돈적립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또 만기 시 불입금이 100만 원 이상이고 잔돈적립서비스를 일정횟수 이상 이용할 경우 만기 시 세후 원리금을 1만 원 단위로 높여서 지급한다. 이 상품은 30대 가입자의 비중이 50.5%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과거에 잔돈 개념을 활용한 금융 상품이 없던 건 아니다. 현재는 신규 가입이 중단됐지만 기업은행이 2013년 선보인 'IBK알뜰살뜰 적립서비스'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승인 때마다 500원 또는 1000원이 카드 결제계좌에서 적금으로 실시간 자동 적립된다. 신한카드는 적립이나 투자가 아닌 '할인'에 주목했다. 지난 2013년 출시한 '심플 플래티늄샵카드'는 편의점·약국 등 특정업종에서 건 당 2만 원 이상 결제 시 1000만 미만 잔돈을 할인하는 '코인세이브'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2년 설립된 '에이콘스(Acorns)'가 잔돈금융 서비스의 대표적인 업체로 손꼽힌다. 이용자가 자사 앱과 연동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상품을 구매할 때 '올림'을 통해 잔돈을 기록하고 이를 투자한다. 리볼럿(Revolut)은 지난해 5월 '올림' 또는 기간별 자동적립을 통한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 있는 기능을 담은 서비스를 선보였다.

 

잔돈금융 서비스는 일상 소비생활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금액을 저축 또는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회 초년생 및 금융소외계층에게 합리적 지출 가이드를 제공할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쉽게 접근하는 '넛지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해외에서는 핀테크업체를 통해 잔돈금융 서비스 등 금융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혁신적 금융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들도 해외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참고해 국내 금융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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