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완화적 글로벌 중앙은행에 심기불편…환율전쟁될까?

출처=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른 시일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완화정책으로 일제히 나설 움직임이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에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조작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발 금리 인하가 글로벌 양적완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환율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21일 금융권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 보따리를 풀 태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와 자산매입 등과 같은 경기부양책을 거론한 바 있고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도 경제가 활력을 잃어간다며 금리를 0.75%로 동결하며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2%대 물가상승률 목표를 마지노로 걸어놓고 금리인하와 통화 공급 확대 등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 중앙은행들도 현 경제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며 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켜고 경제성장과 물가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이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은 매우 확실한 근거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교역량이 급감함으로써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과 기업 및 투자자들의 심리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윗으로 드라기 ECB 총재의 완화적 스탠스에 대해 비난하며 인위적으로 유로 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 지적했던 점에서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 중 맞는 부분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을 비롯한 무역상대국들에 대해 환율조작 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성장이 뚜렷이 나빠지는 상황 속에 완화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최근 환율보고서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을 노린 환율조작은 이번 세기 들어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는 분석을 내기도 했다.

더욱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당장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도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현재로서는 가장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마당에 달러화 가치가 그렇게 쉽사리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져나가기보다는 새로운 양적완화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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