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돌'맞은 5만원권 …유통잔액 100조 육박

5만원권 일상화되며 만원권·수표 사용 급감
인플레 우려 기우…경조사비 끌어올리기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지난 2009년 6월 23일 발행된 5만원권이 오는 23일 열 돌을 맞는다. 5만원권은 지난 1973년 처음 선보인 만원권을 밀어내며 대한민국 최고액권의 자리를 꿰찼다.

발행초기 물가 상승이나 지하경제 확대 등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소비지출이나 경조금 등에 일상적으로 자리잡으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 국민의 불편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5만원권 100조 시대…경조사비 씀씀이 커져

5만원권은 발행 초기부터 빠르게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한국은행이 2010년 6월 발표한 '5만원권 유통 1주년 현황'자료에 따르면 5만원권이 유통된지 1년이 된 지난 2010년 6월 22일 기준 5만원권의 유통잔액은 14조 2701억 원으로 집계됐다. 발행 1년 만에 5만원권의 유통액은 전체 은행권 유통액 중 38.5%까지 증가했다.

이 규모는 최근 100조 원까지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은행권 중 5만원권은 98조 3000억원에 이른다. 전체의 84.6%이다. 장수기준으로도 19억 7000만 장으로 전체의 36.9%를 차지했다. 전체 권종 중 금액이나 장수 모두 가장 비중이 높았다.

5만 원 권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과거 고액 현금처럼 쓰이던 정액 자기앞수표는 급감했다. 특히 10만원 자기앞수표 교환장수는 10년 전 9억 3000만 장에서 지난해 8000만 장으로 대폭 줄었다. 자기앞수표는 사용에 따른 수수료 지불, 서명 배서 및 확인 등 절차가 번거롭고 은행권에 비해 위조방지장치가 취약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만원권 유통장수도 줄었다. 지난해 만원권 유통장수는 15억 1500만장으로 5만원권 발행 1년 전인 지난 2008년보다 10억장 이상 급감했다.

5만원권 발행 전 고액권 사용이 물가 상승을 유발할 거라는 염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2009년 이후 5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2.7%로, 5만원권 유통 5년 간인 2004~2008년 연평균 물가상승률 3.2%를 밑돌았다.

다만 경조사비나 명절 용돈 등에선 눈에 띄는 영향이 나타났다. 실제로 5만원권 유통으로 경조사비에 쓰이는 금액이 커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5만원권 유통 직전 해인 2008년 평균 경조사비는 4만 4103원에서 이듬해 4만 9653원으로 12.6% 증가했다. 지난해 한은 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8명(82.4%)이 경조사비로 5만원권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첨단 위조방지장치로 위폐 차단…초상인물 적합성 논란 일기도

5만원 권의 재질은 면으로 가로 154mm, 세로 68mm의 크기다. 앞면엔 신사임당의 초상과 그가 그린 묵포도도가, 뒷면엔 어몽룡의 월매도가 실렸다. 위조방치 장치로는 신규 첨단 위조방지장치인 띠형 홀로그램과 입체형 부분노출은선 등을 비롯해 색변환잉크, 요판잠상, 숨은은선, 앞뒷면맞춤, 숨은그림, 돌출은화, 볼록인쇄, 형광색사, 미세문자 등이 있다. 한 예로 미세문자의 경우 확대경을 이용해 한글 자음 및 'BANK OF KOREA'가 볼록인쇄된 미세문자 등을 식별할 수 있다. 
위폐방지를 위해 5만원권에 적용된 미세문자. 자료=한국은행

그렇다고 5만원권 위폐가 전혀 없던 건 아니다. 지난 2009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총 4447장의 위폐가 발견됐다. 다만 대량위폐 사건 2건을 제외하면 위폐발행 건수는 1084장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고액권으로 높은 위조유인에도 불구하고 대량 위조나 일반인이 진위를 분간하기 어려운 정밀한 위조사례가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를 두고 미화 100달러짜리 등에 견줘 5만원권의 사용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5만원권 초상인물을 두고선 논란도 일었다. 한국은행은 2007년 11월 5일 고액권 지폐의 도안 인물로 10만 원 권에는 백범 김구,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5만원권 초상인물 선정이유에 대해 △사회의 양성 평등 의식 제고 △여성의 사회참여에 긍정적 기여 △교육과 가정의 중요성 환기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신사임당은 국내 화폐 최초의 여성 인물이지만 여성계 일각에선 '현모양처'이미지의 인물을 초상인물로는 사용하는 건 부적합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유관순 열사가 초상인물에서 탈락한 점을 지적한 목소리도 컸다.

이 밖에 5만원권 발행 초기엔 종전 황색계열의 권종인 5000원권과의 구별이 어렵다는 민원이 다수 있었다. 하지만 노출빈도 확대로 국민들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관련 논란이 사실상 종결됐다는 평가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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