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베트남⑨]'보험 불모지' 베트남, 국내 보험사 새 희망 될까?

아직 미미하기에 성장가능성 높은 베트남 보험시장…매년 두자릿수 성장
현지 보험사 인수·지분 투자 등으로 진출 활발…저축성·자동차보험 '인기'

베트남 수도 하노이 전경.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인구 1억명, 평균 연령 31세의 베트남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성장잠재력이다.

 

베트남 통계청(GSO)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08%로 전년 대비 0.26%포인트 뛰었다.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로 올해도 6%대 후반의 고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반면 보험시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베트남 생명보험시장 규모는 한국의 2.0%, 손해보험시장은 2.3% 수준에 불과하다. GDP 대비 보험료 비중을 뜻하는 보험침투율에서도 베트남은 0.6%로 한국(7.0%)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같이 보험불모지인 베트남은 시장 포화로 고전 중인 국내 보험사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도이치은행은 베트남 보험시장이 내년까지 연간 12.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 한화생명 베트남법인 매출 60배 성장

 

지난해 베트남에서 국내 보험사는 당기순이익 80만달러(금융감독원 집계)를 기록했다. 전년에는 550만달러 적자에 그쳤으나 1년 새 손익이 630만달러나 급증해 흑자전환됐다. 

 

이는 베트남 보험시장의 성장과 함께 인수합병(M&A) 중심의 국내 보험사 진출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생보 시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간 연 평균 15.0%(수입보험료 기준)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다만 베트남 생보 시장은 현재 상당한 과점 체제다. 외국계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과 메뉴라이프, 그리고 국영 보험사인 바오비엣생명까지 ‘빅3’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는다. 반면 후발 13개사의 시장점유율은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베트남 금융당국 정책상 보험 면허에 인색하다.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은 현지 보험사 인수 또는 지분투자로 베트남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삼성생명은 베트남 ‘생보 빅3’ 중 하나인 바오비엣생명의 지분투자를 노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초부터 바오비엣생명의 지분 20% 가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 임원이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바오비엣생명의 베트남 생보 시장 점유율은 18.9%다. 소속 보험설계사 수는 19만명, 점포 수는 75개에 달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바오비엣생명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이를 현지 시장 진출의 통로로 활용해, 현지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베트남 정부가 아직까지 바오비엣생명에 외부 투자를 허용한 적이 없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올해 4월 베트남 진출 1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은 지난 2009년 4월 국내 생보사 최초로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법인장과 스태프 2명을 제외한 305명의 직원 전부를 현지 인력으로 채용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취해 대성공을 거뒀다.

 

10년 새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의 매출액은 무려 60배나 성장했다. 2009년 410억동(한화 약 20억원)이었던 신계약 실적도 지난해 8715억동(한화 약 429억원)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말 기준 보험설계사 수는 1만4319명, 점포 수는 호치민, 하노이, 다낭 등 106개다. 시장점유율로 베트남의 18개 생보사 중 8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은 현지 트렌드에 맞춰 만기 환급형 양로보험과 금리연동현 저축성보험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져 보장성보험 판매도 서서히 늘어나는 중이다.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은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은 지난 10년간 베트남에서 영업을 시작한 생보사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일궜다”며 “10년 후에는 동남아시아 선도 보험사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5월 베트남 프레보아생명의 지분 50%를 인수해 베트남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최근 4년간 매출액 성장률이 베트남 생보시장 내 1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은 프레보아생명을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으로 새단장하고 방카슈랑스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은 현지 대형은행 중 하나인 NCB은행과의 단독 제휴하는등 7개 은행과 제휴 중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현지 보험사의 전문인력과 영업 네트워크를 고스란히 활용해 현지화 적응 기간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은 저축성보험을 주로 취급하며 올해 매출액은 203억원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방카슈랑스 제휴 은행을 더 늘리고 설계사 채널도 확대할 방침이다.

 

◇“자동차보험으로 이익 낼 수 있다”…베트남 주목하는 손보사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베트남 손보 시장의 연 평균 성장률은 7.3%로 생보 시장보다는 못하지만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손보 시장은 생보 시장보다 과점 정도가 덜해 신규 보험사가 뚫고 들어갈 틈이 더 큰 편이다. 현재 베트남 국영기업 5개사가 시장점유율 60% 가량을 점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으로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국내 손보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국내 자동차보험료가 자꾸 올라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인상해도 손보사들은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베트남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한국보다 10~20%포인트 정도 낮아 제법 쏠쏠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손보사 중 베트남에 제일 먼저 진출한 곳은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지난 1995년 호치민에 사무소를 열었다. 2002년에는 베트남 국영재보험사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 ‘삼성 비나’를 설립했다.

 

삼성화재는 삼성 비나의 지분율을 초기 50%에서 70%까지 끌어올려 지배력을 강화했으며 재작년에는 베트남석유공사가 설립한 손보사인 페트롤리멕스보험주식공사(PJICO)의 지분 20%를 인수해 공략 채널을 넓혔다.

 

이처럼 적극적인 전략을 통해 삼성화재 베트남법인은 매년 성장 중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9억원으로 전년의 73억원보다 21.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38억원에서 802억원으로 늘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현지 손보사인 비에틴은행보험의 지분 25%를 인수했다.

 

비에틴은행보험은 베트남 은행업계 2위인 비엔틴은행의 자회사로 방카슈랑스가 주력이다. 현대해상은 이번 계약으로 최대주주인 비엔틴은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은 “비엔틴은행보험의 우수한 성장잠재력과 현대해상의 경험, 노하우 등이 높은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DB손보는 2015년 베트남 현지 손보사인 PTI손보를 인수했다. 사진=DB손보

DB손보는 지난 2011년 호치민 주재사무소를 개소했으며 2015년 베트남 PTI손보를 인수했다. 현재 DB손보는 PTI손보의 최대주주이며 지분율은 37.3%다. 

 

PTI손보는 특히 전국 우체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한 판매 채널이 튼튼하다. DB손보는 이를 바탕으로 화재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나아가 현지의 한국 은행들과 방카슈랑스를 공동 기획하는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베트남 전역의 우체국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DB손보는 베트남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1141억원, 당기순이익 27억원을 기록했다. 탄탄한 영업망을 내세워 매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KB손보는 호치민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지난 2004년 베트남 UIC 합작법인에 소규모 지분을 투자했다.

 

최근 베트남 3위 손보사인 바오민보험(시장점유율 8.2%)의 지분 17% 가량을 인수해 2대 주주가 되는 안을 검토했으나 중간에 철회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인수 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다른 매물을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보도 NH농협금융그룹 차원에서 베트남 진출을 모색 중이다. 일단 발을 내디디면 이미 현지에 뿌리를 내린 NH농협은행과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