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뇌혈관 질환 진단비 잇따라 상향…과당경쟁 불붙나

삼성화재·DB·KB손보 등 진단비 확대…설계사 모집수수료 확대도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뇌혈관 질환 진단비를 최대 3000만원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쏟아지면서 치매보험에 이어 또다시 과당경쟁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뇌혈관 질환 담보가 있는 상품의 건강체 기준 진단비를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1000만원 늘렸다.

진단비는 해당 질환을 약관이 명시한 기준에 따라 진단 받았을 경우 지급하는 보험금으로 보장금액, 가입금액과 같은 의미다.

삼성화재 역시 최근 건강보험 상품에 40대 남성 건강체 기준 뇌혈관 질환 진단비를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확대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5일부터 유병력자가 가입할 수 있는 'KB간편종합건강보험'의 뇌혈관 질환 진단비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렸고 메리츠화재 역시 지난 11일 유병자보험의 뇌혈관 질환에 대한 진단비를 같은 금액으로 변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손보사들이 1000만~2000만원으로 뇌혈관 질환 진단비를 확대하면서 몇몇 보험사들이 이에 편승해 진단비를 늘리고 있다"며 "늘어난 진단비는 분위기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뇌혈관 질환 진단비는 높은 손해율 탓에 300만~500만원에 머물렀다. 뇌혈관 질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2016년에는 KB손보를 비롯해 대부분의 보험사에서 뇌혈관 질환에 대한 진단비를 없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조기진단이 많아진 데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뇌혈관 질환 관련 보험금 지급률이 높아졌다"며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율이 높아지는 담보에 대한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다시 뇌혈관 질환 진단비를 확대하는 것은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장성보험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IFRS17 도입으로 더이상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기 어려워진 보험사들이 치매보험을 비롯해 암보험, 뇌혈관 질환 담보 등을 확대하며 과당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달 첫째주 보장성보험 판매 1건당 월납 보험료의 3~4배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등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판매를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뇌혈관 질환 진단비 확대가 향후 보험사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정욱 한국보험보장연구소장은 "영업현장에선 담보가 확대된 만큼 더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며 "보험상품의 보장이 확대되면 손해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진단금 확대로 인한 소비자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뇌혈관 질환 뿐 아니라 치매보험과 유사암보험과 관련해 과열경쟁 양상이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보험사의 자율성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시장 개입은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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