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올들어 30% 급등…고유가 맞을 준비 되어 있나

출처=OPEC
[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감산 등의 영향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애초 국제유가는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로 약세가 예상되었던 만큼 향후 전망과 그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물은 직전거래일인 지난 5일 마감가보다 0.5센트 상승한 70.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직전거래일 마감가보다 배럴당 35센트 오른 63.43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 석유시장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국제 유가가 올 들어 1분기 중 30%나 오르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OPEC과 러시아의 감산노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급측면에서는 OPEC과 러시아 등 산유국의 감산노력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데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및 이란 제재와 리비아 정정 불안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요측면에서도 예상을 웃도는 매입이 있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원유 수요가 상당히 회복됐다는 것이 골드만삭스 등의 분석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은 이번 감산을 통해 유가 급등을 이끌며 사실상 실력행사를 한 것으로 시장 일각에서는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 하원은 OPEC의 가격 담합을 겨냥해 최근 '석유생산자담합금지법(NOPEC·No Oil Producing and Exporting Cartels Act 2019)'을 추진 중이다.

NOPEC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내 OPEC소속 국가의 자산 몰수 등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어 그동안 국제 유가 하락을 촉발해온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OPEC은 국제유가를 올리면서 일단 우세를 점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NOPEC법안 무산을 겨냥해 더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OPEC이 현재 준비한 카드는 석유결제 통화의 다변화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원유는 국제시장에서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돼 있어 달러의 기축통화 가치를 지지해주는 큰 버팀목이다.

그런 만큼 OPEC이 석유결제에 달러 이외의 다른 통화를 채택할 경우 석유 거래 및 관련 금융에서 달러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미국의 입김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으로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 등으로 인해 쉽게 통과될 것으로 여겨졌던 NOPEC법안의 발효가 이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NOPEC법안이 무산된다면 OPEC의 국제석유시장 지배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가 강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 감산에 동참하고 있는 러시아가 하반기 중 변심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미국산 원유 수출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공급측면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둔화가 지금과 같이 계속 진행된다면 원유 수요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드는 등 수요측면에서도 변화의 여지가 생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유가 강세가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고유가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전망 시 원유도입단가를 배럴당 64달러로 예상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오른다면 대부분의 효과는 교역조건 악화와 내수 부진 및 인플레 상승 등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유가는 석유화학제품 단가를 높여 일부 수출을 늘리는 효과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경제에 부담을 주는 만큼 정부도 유연하게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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