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역전에 불거진 'R의 공포'…코스피 영향은?

"경기침체 신호" VS "채권시장 구조적 문제일 뿐" 전망 엇갈려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미국에서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이 불거지면서 'R(경기 침체)의 공포'가 불거지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침체 신호일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과 함께 코스피시장도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일 뿐 경기침체의 시발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12년만에 美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

25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뚝 떨어지면서 2.418%를 기록했다. 

반면 초단기물인 3개월물 미국채 금리는 0.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쳐 2.445%로 장을 마감했다.

10년물과 3개월물의 금리는 0.03%포인트 가량 뒤집힌 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의 수익률 역전은 지난 2007년 이후 12년만에 처음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장단기 금리폭이 크게 줄었다. 지난 25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770%, 10년물 금리는 1.888%를 각각 나타냈다.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차가 0.118% 수준으로 좁혀진 것이다. 이는 2008년 8월 13일 이후 10년 7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흔히 경기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1~2년 이내에 경기침체로 이어지곤 했다”고 설명했다.

타파스 스트릭랜드 호주은행(NAB) 연구원은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다시 발생했다”며 “앞으로 10~18개월 이내에 40~60%의 확률로 미국의 경기 후퇴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 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고 있고, 연방준비제도(Fed)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준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점도표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계획임을 밝혔다. 대차대조표 축소도 앞서 예고했던 4분기보다 이른 9월말에 종료하기로 했다.

나아가 연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내릴 거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6% 반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스피 하락세 우려” VS “2분기부터 상승세탈 것”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과 함께 코스피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는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부정적”이라며 “반도체 업황 부진까지 겹쳐지면 코스피의 적정 레벨이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시장에서 발생한 장단기 금리차 역전으로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채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일 뿐이라 경기침체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과거와 달리 현재 국채수익률 곡선은 매우 평평한 모습이라 역전되기 쉽다"며 "이번 현상이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구조적인 것으로 실질 이자율 하락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경기침체를 우려할 국면은 아니다"며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장단기 금리차는 중요한 지표지만 수급 노이즈가 끼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과거와 동일한 패턴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인한 영향은 단기적이고 2분기부터는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탈 것이란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는 기업 이익 전망이 개선돼 대형주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이 강화될 것"이라며 코스피 오름세를 전망했다.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