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총서 완승했지만…실적개선 등 과제 산적

주총 끝나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 현안 부각
미·중 무역갈등, 업황 부진등 악재 딛고 수익성 개선해야

22일 현대자동차 주주총회 현장. 사진=현대차
[세계파이낸스=주형연 기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완승했다. 주총 전부터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국내·외 투자자문들이 현대차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주총을 통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0개월 만에 엘리엇에 설욕하는데 성공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난해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된 지배구조 재개편 문제와 실적 개선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 사외이사 선임건 등 모든 안건 무사 통과

현대차는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사옥에서 '제 5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기말배당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 등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예상됐기에 주총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모든 안건들이 무사히 통과됐다.

이번 주총에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던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사외이사 후보가 모두 원안대로 선임됐다.

엘리엇이 제안한 후보들인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 등은 모두 탈락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경쟁사 임원들인데다 현대차 기술유출, 경영간섭 논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주주들이 반대했다.

엘리엇이 현대차를 상대로 한 고배당 요구도 부결됐다. 현대차는 이사회가 제안한대로 보통주 1주당 3000원을 배당키로 결의했다. 찬성률은 86%로 집계됐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이사회가 제안한 배당금의 7배가 넘는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글로벌 양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 국내 의결권자문기관 등은 모두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 요구가 지나쳐 회사의 성장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 지배구조 개편·실적 개선 과제

사측의 압승으로 주총이 끝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대모비스도 정의선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정의선 체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이 추진될 때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많았기에, 재개편되는 방안에는 모비스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현대글로비스를 지배회사로 삼고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을 준비하는 현대오토에버가 이달 말 상장되면 이 지분을 매각한 뒤 정 회장의 경영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최근 미·중 무역갈등, 업황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거둔 현대차의 실적 개선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현대차는 올해 역대 최다인 8종의 신차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 제네시스G80, 브라질 HB20 후속 등 주력 볼륨모델 및 현지 특화차종과 더불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출시를 통해 SUV 풀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근본적인 원가구조 혁신을 위해 표준화·공용화율을 높이고 신공법 적용을 활용해 생산성 개선, 효율적 예산 집행을 통한 판매비 절감을 추진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며 "이를 기반으로 신기술에 대한 투자 재원을 추가 확보하고 미래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실적 개선을 위해 차량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같은 미래 신기술 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을 차질없이 구축하겠다"며 "그룹사 및 협력사와 협업을 강화해 미래 친환경 리더십을 제고하기 위한 'FCEV(수소연료전지차) 비전 2030'을 추진하는 한편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확대해 핵심 신기술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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