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일의 전자계산기] 현대重, 대우조선 인수…득보다 우려 부각

조선산업 위험 분산 어려워져, 당장 인수 효과 크지 않아
중소조선사 존폐·하청업체 종속 가능성
"물리·화학적 결합으로 양사 강점·시너지 최대화해야"

기업들은 신시장 개척 및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인수·합병(M&A), 매각, 분할 등 중요한 결정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적정하게 산출이 됐는지, 수익성은 괜찮은 것인지 투자자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제시되는 공모가나 각 기업의 연봉이 어떤 방식으로 산정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파이낸스는 다양한 평가 방법과 기업간 비교 등을 통해 숫자의 비밀을 파헤치는 [전자계산기]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세계 1위 조선사가 탄생했다'라고 한다. 아직은 물리적 결합 수준으로, 하나의 회사라고는 볼 수 없어 당장은 맞지 않는 말이다.

 

엄연히 회사명이 다른 기업이고, 고객사도 다르며, 기업 문화마저 이질적인 전혀 다른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더욱이 조선업황이 밝지 않은 가운데 이득보다는 독과점 기업의 탄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아래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이 자회사로 속하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을 출자한다.

 

인수로 인한 효과는 당장 크지 않다. 두 회사는 각기 별개의 회사로 독립 운영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충성 고객은 서로 다르다.  또 당장 업황이 개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용평가사들 역시 양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

 

여기에 수주잔고 부족으로 조선업계의 매출 하락세는 가팔라질 전망이다. 채무 상환능력을 보는 신용평가 관점에서는 재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부족한 수주 잔고는 우려 사항이다.

 

지난 2014년 90조원이 넘었던 수주잔고는 작년 9월말 기준 39조원대로 축소됐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4조2540억원 수준으로 전년(13조1200억원) 대비 소폭 반등할 전망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12조8192억원에서 올해 7조1818억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계는 공급과잉 문제와 해양플랜트 경쟁 심화, 환율·유가 변동성 등 어려운 영업 환경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전년 대비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태여서 단순 물리적 결합만으로는 신용도 상승을 이끌만한 재무 개선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CCC'다. 현대중공업도 'A-'에 머물러 있다.

 

삼성중공업과 3강 체제에서 2강 체제로 개편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간 산업인 조선업에 대해 독과점 형태가 되면서 위험 분산이 어려워져 한국 조선업계가 일순간에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데 산업은행이 쏟아 부은 막대한 자금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대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현대중공업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에 쏟아부은 공적자금만 무려 13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기면서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독과점화로 중소 조선사들과 하청업체들 역시 존폐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성동조선, STX조선이 공중분해된 것처럼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방향이 대형화에 맞춰지고 있다. 또 산업내 독과점 기업이 등장할 경우 하청업체들의 종속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하청업체들은 초대형 조선사 탄생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물론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가 식구가 되면서 영업, 자재 조달, 기술력 등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이 줄어들 것이란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해외 수주에서 국내업체간 과당 경쟁도 축소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최종 성사된다면 구매, 연구개발, 중복투자 제거 등의 관점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볼 때 현금창출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8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구조조정으로 경영 효율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이후 작년까지 6200억원 규모의 자산·자회사 매각을 단행했고 고가(高價) 선종 위주로 수주를 단순화했다.

따라서 두회사가 단순 물리적 합병이 아닌 화학적인 결합에 성공해야 진정한 시너지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의 강경한 반대가 문제다.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던 한화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양사 노조원들의 상경 집회에 이어 부분파업도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전면파업 등으로 확대되면 생산 차질과 이에 따른 지체배상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합병이 결정된 만큼 미래를 위해 양사가 보유한 강점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중공업은 엔진 등 대규모 자재 조달을 통한 원가 절감, 상선 건조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기술력과 잠수함 등 특수선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성공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줘야 한다"라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노사간, 기업간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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