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불확실성 속으로…'에너지패권'과 '치킨게임'의 사이

출처=OPEC
[세계파이낸스=임정빈 선임기자]최근 수급 불균형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에너지패권과 치킨게임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6%(0.35달러) 오른 58.61달러에 마감,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지속과 정정불안에 따른 베네수엘라에서의 수급 악화, 최근 미국의 원유 재고와 생산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의 적극적인 감산과 베네수엘라 정정 악화, 미국 원유 생산 및 재고 감소라는 공급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석유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여겨졌던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세계최대의 석유수입국인 중국이 올 들어 1월부터 2월까지 사들인 원유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6.1%나 늘어난 1268만bpd(일일 기준 배럴)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오히려 늘어났으니 국제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국제유가를 누르는데 큰 역할을 해온 미국정부와 의회의 힘은 시장요인이 되지 않는 것일까.

미국 하원은 OPEC의 가격 담합을 겨냥해 '석유생산자담합금지법(NOPEC·No Oil Producing and Exporting Cartels Act 2019)'을 지난달 7일 법사위를 통과시켰고 조만간 본회의를 통해 통과시킬 예정이다.

NOPEC법안은 미국 내 OPEC소속 국가의 자산을 몰수할 수도 있어 OPEC에 엄청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미국의 최종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고 제대로 발효된다면 OPEC이 사실상 와해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겨냥해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량을 대폭 늘려가면서 국제 석유시장 공략을 공식화하고 있다.

석유를 기반으로 한 세계 에너지패권이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과 전문지들은 최근 한 달 사이 변화를 바탕으로 미국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NOPEC 법안이 통과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봐서 두 가지다.

첫째는 OPEC의 아성이 매우 공고할 뿐 아니라 매우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OPEC은 최근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감산라인을 구축함으로써 국제유가 상승을 이끄는 등 힘을 과시했다.

더욱이 OPEC은 미국의 셰일오일업체들을 파국으로 몰아넣을 한 방으로 볼 수 있는 증산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NOPEC법안이 통과되면 OPEC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와는 관계없이 자체 능력만으로 생산량을 대폭 늘려 유가를 배럴달 30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셰일오일업체들은 단가를 맞추지 못해 도산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석유협회와 미 상공회의소가 NOPEC법안 저지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둘째로는 미국의 셰일오일업체들이 최근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것으로 관축되는 점이다. 굴착과 처리공정에 많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대출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전반적으로는 국제 유가의 상승이 점쳐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나 NOPEC법안의 통과 등 유가 하락요인은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석유가격은 최근 안정적인 흐름에서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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