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계란으로 바위치기' 대형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상

당국·카드사, 수수료율 중소형 가맹점 인하· 대형 가맹점 인상 추진
반발하는 대형 가맹점, 가맹계약 해지로 맞서…뒤로 밀리는 카드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서비스·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안재성·이정화 기자] 과거에는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카드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하고 중소형 가맹점에는 높게 받는 현상이 문제시됐었습니다.

이 부분을 고치기로 한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올해초부터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대폭 인하하되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대형 가맹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카드사들의 수수료율 인상 추진은 벽에 부딪혔습니다.

‘가맹계약 해지’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나온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형 가맹점들에게 카드사들은 속절없이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조차 “가맹계약의 해지와 관련해서는 간여할 방법이 없다”며 속수무책인 모습입니다.

결국 카드사들이 과연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인데요.

이미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춰주면서 큰 손실이 불가피해진 카드사들이 현재의 위기를 어찌 헤쳐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카드사, 카드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 추진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에 따라 올해 1월말부터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크게 낮춰주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연 매출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 내외에서 1.4%로 하향조정됐습니다.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2% 내외에서 1.6%로 떨어졌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로 전체 가맹점의 96%인 262만6000개 가맹점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가맹점들이 얻는 수수료 절감 혜택은 우대가맹점은 연간 5700억원, 일반가맹점은 연간 2100억원 등 총 800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반면 연 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 2만3000곳에 대해서는 거꾸로 수수료율 인상을 1월말 통보했습니다.

현재 대형 가맹점들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율은 대형마트 1.94%, 백화점 2.01%, 통신 1.80% 등 1.8~2.0% 수준인데요. 카드사들은 이를 2.1~2.3%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알린 것입니다.

이는 중소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들이 입게 된 손실을 벌충함과 동시에 카드 수수료율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 지출 혜택을 대형 가맹점이 더 가져감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가맹점보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되레 더 낮게 한 것에 대해 비난이 많았었습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그간 대형 가맹점은 마케팅비를 현실적으로 부담해오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대형 가맹점이 협상력에 과도하게 의존해 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카드 수수료의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에 따라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금융당국과 카드사의 입장입니다.

◇“가맹계약 해지하겠다”…백기 드는 카드사들

그러나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요구를 대형 가맹점들이 순순히 들어줄 리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대형 가맹점들이 강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매출액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체 가맹점 수에서 대형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카드수수료 수익 비중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만큼 대형 가맹점 한 곳 한 곳의 매출액은 중소형 가맹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따라서 이 시장을 잃을 수 없는 카드사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의 첫 사례인 현대차와의 공방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카드사들은 현대차에 현행 1.80% 수준인 수수료율을 0.12~0.14%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현대차는 즉시 가맹계약 해지를 운운하면서 거세게 반발했는데요. 이 공격에 카드사들은 힘 한 번 못 써보고 뒤로 죽죽 밀리는 양상입니다.

먼저 KB국민·하나·NH농협·BC카드 등 5개 카드사가 지난 10일 현대차와 기존 제시안의 절반 수준인 0.04~0.05%포인트만 올리는 안으로 합의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카드사들은 혼자 버텨봤자 손해이므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신한·삼성·롯데카드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율로 현대차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실상 카드사들이 백기를 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현상은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형 마트, 백화점, 통신사 등 협상력이 든든한 대형 가맹점들은 모두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요구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현대차의 사례처럼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의 위압에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끼리의 경쟁도 문제지만 이미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SSG페이 등 신용카드를 대신할 결제수단이 여러개 있다”며 “따라서 가맹계약이 해지되면 카드사들만 일방적으로 손해보는 구조”라고 강조했습니다. 구조적으로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죠.

카드사에게 더 갑갑한 부분 대형 가맹점의 ‘갑질’을 견제하려 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는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윤 국장은 "그럴 때는 법적 처벌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일방적인 가맹계약 해지 시에 대형 가맹점이 받는 처벌은 1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이 전부입니다. 연 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 가맹점에게는 미미한 수준일 뿐이죠.

◇진퇴양난 카드사, 해법은?

문제는 중소형 가맹점들의 수수료율은 이미 내려줬고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약 8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는 점입니다. 이 상태에서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에 실패하면 카드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됩니다.

이 곤란을 해결하려면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카드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소형 가맹점이나 이번 중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결국 정부 개입에 의해 이뤄졌다”며 “따라서 대형 가맹점과의 고통분담 논의에도 정부가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해 상호간 노력한다고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 하한선(최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카노협은 "금융위의 정책에 의해 중소형 가맹점 카드수수료 상한선이 인하됐다"며 "대형 가맹점과 관련해서는 거꾸로 금융위가 카드수수료 하한선을 마련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의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업종별 마진율에 따라 수수료율 차등을 두는 '차등수수료제' 도입을 주장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드업계의 애타는 목소리와 달리 정부와 금융당국은 사실상 한 발 물러선 채 관망 중일 뿐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사와 개별 가맹점 간 가격 협상에 끼어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카드업계는 진퇴양난에 처한 모습입니다. 일단 날아간 8000억원의 매출을 다른 곳에서라도 메꾸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우선 수익률이 좋은 편인 카드대출을 증가시키려 해도 가계대출총량관리제에 묶여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대출잔액 대비 최고 7%까지만 카드대출을 늘릴 수 있기에 한계가 뚜렷하죠.

또 해외진출과 빅데이터 활용에도 신경 쓰고 있지만 모두 당장 수익을 낼만한 사업은 아닙니다. 해외진출은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빅데이터 활용은 규제에 막혀 있습니다.

현재 카드사들은 삼성카드의 '링크(LINK)비즈파트너' 서비스, 하나카드의 '나만의 픽(Pick)' 서비스 등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에게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요. 이는 고객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실질적으로 카드사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습니다.

카드업계에서 빅데이터로 수익을 내는 곳은 신한카드가 유일한데요. 신한카드는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한 뒤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규제 탓에 빅데이터를 수익 창출로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빅데이터가 카드사의 신사업으로 자리잡으려면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사실상 타개책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카드업계의 위기가 점차 가시화돼 우려만 커지고 있습니다. 

seilen78@segyefn.com
jhlee@segyefn.com

관련뉴스

ⓒ 세계파이낸스 & segyef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