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경협주 추가 조정 가능성

해외증시도 하락…"증시 전체 영향은 제한적" 전망도

사진=연합뉴스
[세계파이낸스=유은정 기자] '세기의 핵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향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난달 28일 주식, 원화, 채권 가치는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6% 하락한 2195.44로 장을 마감했다. 원화 가치와 채권 가격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6원 오른 1124.7원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5%포인트 오른 연 1.813%를 나타냈다.

이번 결렬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남북경협주다. 금강산 관광 사업 관련 수혜주로 널리 알려진 아난티는 2만1100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25.83% 떨어졌다.

금강산 관광 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의 최대 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9만5300원)도 18.55% 급락했다. 좋은사람들 역시 25.43% 하락했다.

하나금융투자 통일경제 태스크포스(TF)팀의 김상만 자산분석실장은 "장 막판에 갑자기 안 좋은 뉴스가 나오자 외국인들이 위험관리 차원에서 경협주는 물론 경협주 아닌 주식들도 던지면서 지수가 급락했다"며 "증시는 단기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도 "남북 경협 기대감이 불러일으킨 주가 상승 모멘텀이 일단 사라졌다"며 "추가 협상의 여지로 향후 뉴스 흐름에 따라 실망의 정도가 희석될 수는 있지만 경협주로 주목받던 기업의 주가는 여전히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증시도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투자 심리가 부담되면서 하락했다.

2월 2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9.16포인트(0.27%) 떨어진 2만5916.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7.89포인트(0.28%) 하락한 2784.49에, 나스닥지수는 21.98포인트(0.29%) 떨어진 7532.53으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6% 하락한 7074.73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 XTB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치텀은 AFP통신에 "글로벌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합의 도달에 실패한 뒤 리스크가 확대된 것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 결렬로 북미 간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은 향후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진단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한반도신경제팀장은 "증시는 하루 정도 더 조정을 받은 뒤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는 단기간에 급등한 피로감이 존재하는 가운데 지수 상승을 견인한 모멘텀 중 하나인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한 상황"이라며 "외국인 매수와 이로 인한 대형주 중심의 장세는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회담 결렬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도 제기된다.

유승민 팀장은 "한국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구조"라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 업황이나 미중 무역협상 추이가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긴급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열고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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