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신종 결제서비스 출시했으나…이용률 '처참'

저스터치·핑페이·QR페이 등 신종 결제서비스 가입 저조 심각
서둘러 출시하면서 효용성 떨어지고 되레 소비자 혼란만 가중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이정화 기자] 카드사가 제로페이 등 새로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에 맞서기 위해 잇따라 저스터치, 핑페이, QR페이 등 신종 결제서비스들을 출시했으나 이용률이 처참한 상태다.

가맹점 확대·서비스 통합 등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방치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인 준비 없이 서비스 출시에만 골몰하다보니 소비자 혼란만 유발시켰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카드업계는 저스터치·핑페이·QR페이 등 신종 결제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이용률은 극히 부진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신한·KB국민·NH농협·현대·롯데·하나·BC카드 등 국내 7개 카드사가 공동으로 한국형 근거리무선통신(NFC) 서비스 '저스터치(JOUSTOUCH)'를 내놓았다.

그러나 저스터치는 단말기 보급 문제로 각 카드사가 갈등을 겪으면서 가맹점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7개 카드사는 최근 롯데리아, 엔젤리너스, 크리스피 크림 등 롯데GRS 매장 약 2200여곳을 사용 가능 가맹점으로 추가했지만 여전히 사용 가능한 가맹점은 3만여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국 가맹점이 260만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보급률이 매우 낮다.

신한·BC·하나카드 등이 손잡고 지난해 10월 출시하기로 했던 지정맥 활용 간편결제 서비스 '핑페이(FingPay)' 역시 가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입 자체가 연기됐다.

주된 사유는 역시 단말기 보급이었다. 지정맥을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 가격이 10만~20만원 수준으로 비싼 데다 실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가맹점주들이 도입을 꺼렸던 것.

BC·신한·롯데카드가 올 초 함께 출시한 'QR페이 서비스'는 통합 플랫폼 구축에 애를 먹고 있다.

QR페이는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QR코드 방식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QR코드에 기반을 둔 제로페이의 결제방식은 동일하게 가져가되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와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카드사들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문제는 서비스 통합이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KB국민·현대·삼성·우리·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 고객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효용성이 떨어진다. 신용카드를 IC단말기에 꽂는 형태에서 QR코드를 스캔하는 형태로 결제 방식만 바꿨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자가 얼마나 되겠냐는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신종 결제서비스가 표류하면서 “충분한 준비 없이 출시만 서두르다보니 비현실적인 서비스만 내놓게 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소비자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단말기에 대한 비용 부담을 원칙적으로는 가맹점이 해야 하는데 기존 카드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는 가맹점에서 추가적으로 새로운 결제기술을 탑재한 단말기를 확보할 유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결제서비스가 주류가 될 지 알 수 없어 새로운 결제서비스가 등장한 후 서로 경쟁하는 과도기란 점도 서비스 정착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버리지 않았다. 윤 연구위원은 "특정 결제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통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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