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당분간 CBDC 발행없다"…보고서에서 장단점 보니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의 부실화를 초래하거나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워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은은 29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면 금융기관 간 상호 연계성이 확대돼 시스템리스크(금융시스템 전체를 부실에 빠뜨릴 위험)가 커질 수 있다"면서 당분간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앞으로 관련 연구를 통해 지급결제 환경에 대비하겠다고 밝혀 CBCD 발행 가능성은 열어뒀다.

먼저 이 보고서는 안정성 측면에서 지급과 동시에 CBDC 운영기관인 중앙은행 등을 통해 최종 결제가 이뤄지므로 은행간 청산 및 결제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결제처리 업무가 늘어나면서 운영리스크 발생 경로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청산기관 운영비용, 결제리스크 관리를 위한 담보비용 등이 불필요해 관련 시스템운영비용은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나 처리소요시간 및 이용자 편의성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송금(자금이체) 부문에서는 CBDC와 민간 지급수단과의 경합 등으로 민간 지급서비스 제공업자의 서비스 개선노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또 CBDC 발행 및 이에 대한 이자지급은 은행예금의 감소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통화정책의 파급경로 중 신용경로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정책수단이 확충되고 금리경로가 다양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봤다.

은행의 자금조달 및 자금중개기능과 관련해서는 경제주체들이 은행예금 중 일부를 CBDC로 교환하여 보유할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비용 상승과 자금조 달의 안정성 저하로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금융불안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CBDC로의 대규모 자금이동(Flight to CBDC)이 발생할 수 있어서 시스템리스크도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정책 차원에서는 CBDC 발행 및 수요증가는 중앙은행의 자산과 부채 규모 증가를 수반히는 만큼 중앙은행의 신용배분 기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외환차원에서는 외화자금의 유출입 및 외환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금융포용성 면에서는 조건 없는 계좌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봤다.

발권 차원에서는 화폐 제조 및 유통비용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CD/ATM기 등 관련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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