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급감에 화들짝 놀란 정부…효자 반도체에 무슨 일이?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새해 첫 달 수출이 급감하자 정부가 화들짝 놀랐다.

정부와 수출공기업, 관련협회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하는 등 수출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부는 정기적으로 수출점검회의를 하고 있지만, 장관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차관급까지 참여하는 수출전략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범정부차원에서 수출 대책에 부산한 이유는 수출 효자였던 반도체업종이 크게 부진하기 때문이다.

◇효자업종 반도체의 부진, 수출 둔화에 직접적 영향

지난 2년 간에 걸쳐 슈퍼 사이클을 타던 반도체 수출이 연초 크게 조정을 받으면서 우리 수출이 부진한 상황을 맞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20일 수출은 257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6% 감소했다. 조업일수(14.5일)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은 17억7000만 달러로 1년 전(15.5일·19억4000만달러)보다 8.7% 감소했다.

1∼20일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1월 한 달 수출도 지난달에 이어 두 달째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월 한 달 수출이 감소로 확정되면 2016년 9∼10월 이후 처음으로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1∼20일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28.8% 줄면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이 조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 중 반도체수출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미중 분쟁에 의한 전체적인 무역 감소는 물론 중국 경기 둔화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애플의 중국시장 쇼크와 삼성전자 쇼크가 나타났다.

세계적인 IT 선도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붐이 식은 부분도 메모리반도체 수출에 찬물을 끼얹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수출 부진은 예정된 것이기는 했지만 막상 현실화됐을 때 우리 수출은 물론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현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견인차인 반도체업종의 전망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수출의 부진이 2분기부터는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 주력 반도체인 메모리분야에 새로운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략 엣지컴퓨팅과 스트리밍, 클라우드 게이밍이 메모리반도체의 새로운 수요를 일으킬 새로운 분야로 꼽힌다.

엣지컴퓨팅은 자동차와 스마트폰, TV, PC, 로봇 등 다양한 단말 자체에서 인공지능(AI) 기능을 실행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는 중앙집중식 클라우드컴퓨팅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스트리밍은 음성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을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것이고 클라우드 게이밍은 말 그대로 클라우드 상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들 분야 모두 메모리 수요를 상당히 늘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전면적으로 사업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메모리수요를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미중 무역 분쟁의 해소와 이에 따른 중국경제의 활성화가 이뤄져야 수출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더 큰 문제는 반도체굴기를 앞세운 중국 반도체업체들의 급성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회사들의 대규모 투자는 바람직하지만 언제까지 이길 수 있을지 앞으로 몇 년 간 가슴을 졸이며 지켜봐야 할 포인트이다.

LCD분야에서 순식간에 중국업체에 잠식돼 버린 일을 얼마 전에 겪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그동안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발전이 너무 더뎠다"면서 "기업들은 물론 정부도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존 분야 혹은 새로운 분야를 적극 육성, 세계 톱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정빈 선임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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