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기조의 연준에 압박받는 한은…내년 금리 올릴까?

韓美 금리 역전폭 확대·가계부채 우려 속 추가인상 전망도 나와
경기 부진 지속·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동결 전망 우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DB)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올린 가운데 내년 금리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내년에는 동결 기조 지속이 점쳐졌으나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연말쯤 한 차례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준금리를 2.25~2.5%로 0.25%포인트 인상했으며 점도표를 통해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2회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3회보다는 하향조정된 것이나 1회 인상에 그칠 것으로 보았던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통화정책 성명에서 시장이 삭제될 것으로 예상했던 “일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지속적인 경기 확장 국면에 부합한다”는 문구도 유지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또한 “현재의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며 대차대조표 축소를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BCA 리서치의 피터 베레진 수석 부대표는 "연준 성명서는 시장이 기대했던 것만큼 완화적이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이 영향으로 이날 이후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국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다.

연준의 긴축 기조는 한은에도 부담이다. 한미 간 금리역전폭이 커질수록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미 간 금리역전폭이 0.5~0.75%에 달하는 상황에서 더 벌어진다면 금융시장에서 해외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이는 채권시장뿐 아니라 증시에도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연준 기준금리와 격차 확대에 따른 일반의 불안심리 완화 차원에서 금리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미 1500조를 넘어 내년에 1600조 육박이 예상되는 가계부채 역시 골칫거리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소득증가율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이번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는 아직 중립금리 수준에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여러 상황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한미 간 금리역전폭 확대로 인한 해외자금 유출 위험을 경계했다.

다만 경제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아직까지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에는 국내 경기 둔화가 부담스럽다”며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경제의 하방위험을 경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에 그쳐 전년(3.1%) 대비 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치(100)를 계속 밑돌고 있는 데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올해 7월부터 기준치를 하회 중이다.

한 금통위원은 "내년 성장경로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내년 국내총생산(GDP) 갭이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부진을 우려했다.

오 연구원은 “이런 면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한은이 지난달 금리인상 후 상당 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내년에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며 “경기 부진이 쉽사리 나아지지 않을 것이므로 내년에는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당국자들 역시 섣불리 금리인상에 손을 대지 않을 자세다.

이 총재는 “연준도 글로벌 경제 여건, 국제 금융시장 동향, 경기 흐름에 따라 통화정책을 어느 정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며 “내년에 금리인상 경로대로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당장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단 내년 상반기 중 한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측했다. 그는 “국내 경기 상황이나 연준의 움직임 등을 지켜보면서 내년말쯤 금리인상 카드를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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